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이 담긴 ‘청와대 내부 문건 유출’ 수사를 맡는다. 대검 중수부의 역할을 이어 받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사회적으로 굵직한 주요 부패 비리 수사를 담당하는 검찰의 최정예 부서이다.

서울중앙지검은 1일 정윤회(59)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제기한 청와대 문건 보도와 관련해 사건을 명예훼손과 문건 유출로 나눠 수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문건 유출 관련 부분을 특별수사를 지휘하는 3차장검사 산하 특수2부에 배당하고, 명예훼손 부분은 전담 수사 부서인 형사1부에 분리 배당했다.

사실상 옛 중수부 기능을 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문건 유출 건을 배당한 배경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이를 국기문란 행위로 규정하고 일벌백계를 강조하는 등 고강도 수사를 주문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국정 운영의 핵심기관인 청와대 내부의 문서가 무단으로 유출된 것은 중대한 범죄로 인식하고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특수2부로 배당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는 당분간 문건 유출에 수사력이 모아질 전망이다.

한편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할 당시 해당 문건을 유출한 것으로 의심을 받고 있는 박모 경정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박 경정은 이날 오전 6시 55분 과장으로 근무하는 서울 시내 한 경찰서로 출근하면서 취재진에 “나는 문건을 유출한 사실이 없다”고 말한 뒤 이틀간 휴가를 내고 오전 9시쯤 사무실을 떠났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달 28일 세계일보가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문건을 입수했다며 내용을 전하자 당일 이재만 총무비서관 등 8명 명의로 세계일보 사장과 편집국장, 기자 등 6명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또 문건 작성자로 알려진 박 경정에 대한 수사도 의뢰했다. 유출 혐의를 부인한 박 경정은 문건 작성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검찰은 일단 박 경정을 소환해 실제 문건을 작성했는지 여부를 밝혀내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작성한 것으로 밝혀진다면 근거가 된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고소인들과 정윤회씨의 통화 내역 조회, 위치추적, 회합 장소로 알려진 식당가 주변의 탐문 수사 등을 통해 단서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박 경정의 주장처럼 제3의 문건 유출자가 있다면 수사는 우선 유출자를 찾는데 초점이 맞춰 진행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감찰 문서 유출 장소로 의혹이 제기된 서울지방경찰청도 수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박씨의 직속상관이었던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도 문건 작성, 보고 과정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당분간 수사가 유출 쪽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명예훼손 수사는 문건 작성과 유출 부분이 매듭지어질 때까지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고소인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고소인 조사는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끝날 가능성도 있다.

김현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