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 의혹에 휩싸인 정윤회씨와 연락을 취해왔을 것이라는 전 청와대 인사의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이 비서관의 주장과 다른 것이어서 진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2일 보도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4월 10~11일 이틀에 걸쳐 청와대 공용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는데 모르는 번호여서 받지 않았다. 그 직후 ‘정윤회입니다. 통화를 좀 하고 싶습니다’라는 문자가 왔다”면서 “이어 11일 퇴근길에 이 비서관이 전화를 걸어와 ‘(정씨의) 전화를 좀 받으시죠’라고 했다. 이에 이 비서관에게 ‘좀 생각해보고요’라고 대답했지만 (정씨와) 통화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조 전 비서관의 말이 사실이라면 ‘문고리 권력 3인’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는 이 비서관이 중간 ‘메신저’ 역할을 할 정도로 정씨와 가깝게 지냈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 또 10년 간 정씨를 만나지 않았다는 취지의 지난 7월 국회 운영위 발언도 거짓이 된다.
이후 4월 15일에 홍경식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부터 ‘그동안 열심히 했다’며 사표를 제출하란 통보를 받았고, 이후 사퇴했다는 게 조 전 비서관의 설명이다.
조 전 비서관은 4월 중순 세계일보가 보도한 청와대 내부 감찰문건 유출에 대한 관리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조 전 비서관은 “정씨의 전화를 받지 않은 것과 내 거취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속단할 순 없다”면서도 “다만 정씨와 절연(絶緣)한 것처럼 얘기해온 이 비서관이 정씨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을 보고 ‘도대체 이게 뭐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 비서관과 함께 정호성 제1부속·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은 박 대통령을 국회의원 시절부터 보좌해온 인물들이다. 당시 정씨에 의해 처음 발탁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청와대는 보도 내용에 대해 “검찰수사를 앞둔 본인들의 갖가지 주장들”이라고 말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이 이 비서관의 해명이 있었는지를 묻자 “(이 비서관에게) 전화해보지 않았다. 지금 나오는 여러 인물들의 인터뷰는 검찰수사를 앞둔 본인들의 갖가지 주장들로 한마디 한마디가 수사의 쟁점이 아니겠는가”라며 이 같이 답했다.
이머 민 대변인은 “수사과정에서 진위가 드러날 것으로 보이고 저희는 크게 봐서 수사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라며 “관련질문들이 많이있고, 궁금한 점들도 있겠지만 저희 쪽에서는 일일이 반응하는데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어 민 대변인은 이 비서관의 해명을 확인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언론에서 나온 관련 인물들의) 인터뷰가 몇개고 나오는 등장인물이 얼마나 많은가”라며 “제가 말씀드린 그 원칙 아래에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민 대변인은 조 전 비서관이 인터뷰에서 ‘청와대 문건유출이 이번 사건의 본질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검찰 수사를 앞두고 본인들이 여러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고, ‘안봉근 청와대 비서관이 청와대 파견 경찰의 명단까지 찍어 내려보냈다’는 취지의 주장에 대해서도 “실제 그런 것이 있었는지 다 조사나 수사의 대상이 되리라 본다”고 답했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