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1오룡호 선장, 가라앉으며 “배와 함께 가겠다” 마지막 교신 보내

501오룡호 선장, 가라앉으며 “배와 함께 가겠다” 마지막 교신 보내

기사승인 2014-12-03 17:17:55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침몰한 ‘501오룡호(사진)’의 김계환(46) 선장이 침몰할 당시 “배와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마지막 무선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김 선장의 동생 김세환(44)씨는 3일 “(같은 회사 69오양호의) 이양우 선장이 지난 2일 밤 국제전화를 통해 형님의 마지막 무전교신내용을 알려줬다”고 밝혔다.

세환 씨에 따르면 김 선장은 배가 가라앉기 직전 이 선장에게 “형님에게 하직인사는 해야될 것 같습니다”고 마지막 무전을 보냈다고 한다.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 이 선장은 “빨리 나와. 나오라고!”라며 소리쳤고, 김 선장은 단호한 목소리로 “저는 이 배하고 끝까지 함께 가겠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선장은 결국 “탈출하게 되면 나중에 소주 한잔 하자”며 김 선장의 무사귀환을 바란 것이 마지막 교신이었다고 세환 씨는 전했다.

세환 씨는 이 선장으로부터 2일 밤 이같은 내용의 무전내용을 국제전화로 듣고 3일 오전 사조산업 측에 사고 당시 베링해에서 같이 조업 중이었던 501 오룡호와 69오양호간의 무전교신 내용을 요구했다.

회사 측이 공개한 무전교신 내용은 이 선장이 알려준 내용과 상당 부분 일치했다고 세환 씨는 전했다.

현재 이 무전 교신 전문은 일부 실종자 가족들의 요청으로 사측이 공개하지 않고 있다.

김 선장은 또 마지막 순간 동생 세환 씨에게도 전화를 걸었던 사실도 확인됐다.

김 선장은 오후 1시 14분께 세환 씨에게 전화를 걸어 “세월호처럼 침몰하고 있다. 시간이 없다”는 말만 남긴 뒤 10초 만에 전화를 끊었다.

이 통화시간은 현지시간으로는 오후 4시14분께로 김 선장이 회사로부터 퇴선 지시를 받은 후 약 14분이 흐른 뒤다.

김 선장은 이 선장의 밑에서 항해사로 3년 간 같이 배를 탔고, 평소 ‘형님’, ‘동생’이라 부를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다. 김 선장이 오룡호 선장이 된 것도 이 선장의 추천이 있었기 때문이다.

23세에 통영 경상대를 졸업한 김 선장은 선원생활을 하다가 2003년 사조산업에 입사했다.

1등 항해사로 3년간 일하다가 러시아에서 명태잡이 조업을 하던 ‘503오룡호’ 선장을 7년간 맡았고 올해 2월부터 501오룡호의 선장이 됐다.

김 선장은 평소 인품이 훌륭해 선원들이 많이 따랐고 오룡호에 탑승했다가 실종된 한국인 선원 대다수가 김 선장을 믿고 조업에 참여했다고 실종자 가족이 전했다.

김현섭 기자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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