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검 형사3부(윤중기 부장검사)는 인턴을 비롯해 다수의 학생을 성추행 한 혐의(상습 강제추행)로 서울대 수리과학부 K(53) 교수를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서울북부지법은 이날 오전 K 교수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짐사)을 거쳐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K 교수는 성동구치소에 수감된다.
윤태식 영장 전담 판사는 “K 교수에 대한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도주 및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전했다.
이날 오전 10시 55분 법원에 도착한 K 교수는 ‘학생들에게 지속적으로 연락한 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인정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검찰은 K 교수가 지난 7월 다른 학교 출신 20대 여자 인턴을 추행한 혐의를 잡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교내에는 “나도 피해를 당했다”는 주장이 잇따르며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피해 학생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자체 구성해 K 교수가 보냈다는 문자메시지 등을 공개하는 등 학교에 진실을 밝혀달라고 요구해왔다. 이에 검찰은 여러 명의 추가 피해자에 대한 조사를 벌여 K 교수에게 상습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에 따라 K 교수는 서울대 개교 이래 교수가 성추행으로 구속된 첫 사례라는 불명예 역사의 장본인이 됐다.
서울대 교수사회는 참담하다는 반응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대 교수협의회장인 이정재 농업생명과학대 교수는 “같은 학교 구성원으로서 다른 교수들도 부끄러운 심경”이라며 “교수와 학생은 학점을 사이에 두고 명백한 갑을관계에 있다. 권력을 가진 교수에 대해 학생은 약자일 수밖에 없는 만큼 교수의 제자 성추행 문제는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학생들은 K교수의 구속 소식을 공유하며 지속적인 공정 수사를 촉구했다.
지난 1993년 서울대 화학과 1학년이던 우모 조교가 책임자였던 신모 교수에게 지속적으로 성희롱을 당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우 조교 사건’의 경우 우 조교가 6년간의 법적 공방 끝에 승소했지만 신 교수는 학교에 계속 남아 2008년 정년퇴임했다.
앞서 K 교수는 지난달 26일 스스로 학교를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학생들이 그가 면직되면 파면과는 달리 퇴직금이나 연금 수령 등에 아무런 불이익이 없고 진상 조사가 중단된다는 점을 들어 반발했다.
이에 서울대는 지난 1일 K 교수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교내 인권센터를 통해 진상 조사를 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현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