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혐의’ 교수 ‘그냥 놔 준’ 고려대…학생들 반발 거세져

‘성추행 혐의’ 교수 ‘그냥 놔 준’ 고려대…학생들 반발 거세져

기사승인 2014-12-04 09:31:55
국민일보DB

고려대가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교수의 사표가 받아들인 것에 대해 학생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고려대는 지난달 28일 해당 교수의 사표를 수리, 이 교수는 퇴직금, 재임용 기회 등의 혜택을 그대로 받게 됐다.


4일 고려대 대학원총학생회에 따르면 학생회는 전날 오후 ‘성폭행 사건 덮으려는 고려대를 규탄한다’는 입장문을 내고 학교 측에 “해당 교수의 사표 수리를 취소하고 중단된 진상 조사를 재개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학교는 가해자의 사표를 수리하고 사건을 등한시하는 등 피해자 인권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성의도 보이지 않았다”며 “가해자가 다시는 강단에 서는 일이 없도록 강력하게 조치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인권센터 설치 등 인권침해 사건을 다루는 자체 제도와 장치를 마련해 사각지대에 놓인 대학원생들의 인권문제를 해결하라”며 “교수와 대학원생 간 불평등한 권력관계도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4일이나 5일쯤 학교 본부에 정식으로 요구안을 전달할 계획이다.

이번 고려대의 경우 같은 사건에 휩싸인 서울대와 상반된 행보다.

상습 성추행 혐의가 소명돼 구속영장이 발부된 서울대 수리과학부 K교수도 사표를 냈다. 하지만 서울대는 면직 처분 직전 학생들의 반발이 커지자 사표 수리를 하지 않고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달리 고려대는 “취지는 공감하나 현실적으로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고 그럴 계획도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총장 재가를 거쳐 이 교수의 사표 수리 절차가 완료돼 번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학교 측은 사건 진상을 조사 중이던 교내 양성평등위원회의 출석요구를 이 교수가 모두 거부해 내부 조사가 사실상 불가능했고, 신속히 교원 지위를 박탈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해 절차에 따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고려대 관계자는 “사립학교라 고용계약 관계인 학교법인이 교수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을 법적근거도 없다”며 “경찰 수사를 통해 진상과 시비가 잘 가려질 걸로 본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서울대와 비교해 제기하는 근거는 ‘비위 공직자의 의원면직 처리 제한에 관한 규정’ 제3조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따르면 국가공무원의 경우 경찰조사 중이라면 사표가 수리될 수 없다. 서울대는 국립대학이기 때문에 K교수 이 규정에 따를 수 있지만 고려대 이 교수는 사립대 교원이기 때문에 상관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대가 사표 수리를 번복한 K 교수는 지난 2012년 서울대 법인화 이후 공무원이 아닌 사립학교 교원 신분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고려대의 주장은 맞지 않는다.

박원익 총학생회장은 “사립학교와 절차를 운운하는 것은 학교 측의 궤변”이라며 “제대로 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의지가 있다면 사표수리를 취소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달 초 피해자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양측 조사를 마쳤다. 이 교수는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섭 기자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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