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기자의 건강톡톡] 전공의들은 피곤하다?

[쿡기자의 건강톡톡] 전공의들은 피곤하다?

기사승인 2014-12-05 10:21:55

최근 가천의대 길병원에서 근무 중이던 전공의가 음주상태로 수술 장갑도 착용하지 않은 채 봉합수술을 해 물의를 빚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사고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의사면허를 박탈해야한다며 경악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는데요.

얼기설기 짜여진 봉합부위는 일반인이 보더라도 시술한 의사의 음주상태가 실감케 했습니다. 국민적 분노감을 형성한 사건이지만 같은 의사들의 반응은 미온적입니다. 더군다나 전국의사총연합은 3일 수련병원 파면과 면허정지 처분은 해당 전공의에게 너무 지나친 처벌이라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이들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사건의 원인이 해당 전공의의 개인적인 잘못만이 아닌 수련의의 근무환경에 있다는 겁니다. 이들은 “문제가 된 길병원 성형외과 1년차 전공의는 주 6일 당직에 하루 비번이 주어지지만 그 하루도 저녁 6시까지 근무하고 다음날 새벽 6시에 출근해야 하는 살인적인 근무조건에서 일을 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의사총연합은 또 “병원은 교육생이라는 미명하에 전공의를 살인적은 근무를 강요하고 값싸게만 부려먹었으며 교수들은 힘든 전공의를 도와주기는커녕 자신들의 안위만을 지켰기 때문에 이 사건이 발생했던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이들은 우선적으로 전공의의 합리적인 근무시간을 따져보지 않고 일방적으로 전공의 기본윤리만 따진 현 의료법은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는데요.

의사총연합은 “의료전달체계 및 응급의료체계를 왜곡시키는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이 먼저 파기되어야 한다. 또 전공의를 값싼 노동자로 부려먹는 병원이 먼저 업무정지처분을 받아야 하며 전공의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자기 몸보신에 급급한 병원 보직자들이 먼저 파면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한 병원에서 수련 중인 익명의 전공의는 “이번 사건을 해당 전공의가 운이 나빴던 것”이라며 “이번 일을 보며 뜨끔하지 않는 대한민국 전공의는 아마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공의의 피로 때문에 작은 의료사고가 빈번하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는데요.

온라인상에는 ‘한밤중에 응급실가면 죽는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당직을 선 전공의의 자질을 의심하는 글들이 돌아다닙니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의 원인이 비상식적인 의료 환경과 이를 묵과해온 의료 인사들에게 있다는 비난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김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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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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