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서태지가 교황? 실망스럽다” VS “기쁘기만 해” 엇갈린 성탄 이벤트

[친절한 쿡기자] “서태지가 교황? 실망스럽다” VS “기쁘기만 해” 엇갈린 성탄 이벤트

기사승인 2014-12-30 15:10:55

가수 서태지가 지난주 성탄전야에 300명의 팬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답니다. 평창동에 위치한 자택에 오고 싶어 하는 팬들 중 300명을 불러 덕담을 나눴죠. 자신의 집에 팬들을 초대한다는 독특함도 시선을 모았지만, 대중에 집을 최초 공개한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이벤트 응모 조건도 까다로웠죠. 서태지의 ‘골수팬’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서태지와 아이들 1집부터 서태지 9집까지 앨범 전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증하고 이번 컴백 콘서트 티켓도 보여줘야 했습니다. 그야말로 엄격한 인증 절차를 거친 셈이죠.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팬들과 대중의 반응이 그야 말로 극과 극입니다. ‘실망스럽다’ VS ‘좋았다’로 나뉘어 의견이 분분한 것이죠. 서태지는 24일 300명의 팬들을 자택 정원에서 응대했다고 합니다. 정원에는 추위에 떠는 팬들을 위해 난로와 따뜻한 차도 준비했고, 서태지는 직접 포장한 사탕 선물을 팬들에게 나눠주며 인사를 건넸다고 합니다. 당일 그를 만난 팬들은 “오빠 집 구경해서 좋았다” “서태지가 직접 포장한 사탕을 받다니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일”이라며 고마움과 놀라움을 표현했습니다.


반면 팬 아닌 사람들의 반응은 흥미진진합니다. “엄동설한에 고지대인 집 정원에 사람들 세워놓을 거면 왜 불렀냐” “거기까지 불러서 나눠준 게 사탕이냐”는 의견들이 나왔습니다. 실제로 서태지는 집 안에는 팬들의 진입을 엄금했다네요. 화장실을 가고 싶은 사람들은 인근 상가 건물 화장실을 이용했다는 것이죠. 후기 사진에서 300명의 팬을 정원에 세워놓고 발코니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서태지의 모습을 교황에 빗대어 “문화대통령이 아니라 교황인 줄 알았다”는 비아냥도 보였습니다. 팬과 팬 아닌 사람의 시각 차이는 엄청난 것이었죠.

서태지의 이벤트를 좋지 않게 보는 입장도 이해는 갑니다. 팬 대상으로 이벤트를 한다니 대중의 기대치가 한층 더 상승한 겁니다. 서태지는 2004년 컴백 당시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 800여명의 팬을 데리고 가서 콘서트를 벌였습니다. 삼성동 코엑스 한복판에 UFO를 떨어뜨리거나, 20년차 팬들에게 일일카페를 열어 커피를 대접하는 등 스케일이 남다른 팬 이벤트를 벌였던 사람이기에 대중의 기대감도 더 커졌을 겁니다. 또 우리나라는 예전부터 손님이 집을 방문하면 따뜻하게 집 안에 들이고 가장 좋은 방을 내어주는 것이 미덕으로 불렸습니다. 서태지가 팬들을 불러 거창한 이벤트를 할 줄 알았는데 기껏 불러서 화장실도 못 쓰게 했다고? 정원에 세워놓고 사탕을 주고 끝냈다고? 오래된 팬들을 손님으로 불러놓고 그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실망감으로 이어진 것이죠.

서태지라는 이름에 지레 기대한 것은 대중입니다. 그러나 결국은 오래된 팬과 가수가 컴백을 축하하며 벌인 소소한 이벤트일 뿐이죠. 당사자들이 기쁘다면 그만 아닐까요.

이은지 기자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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