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할머니를 살해하고 시신을 여행가방에 넣어 유기한 피의자 정형근(55)이 성폭행을 시도하다 피해자가 저항하자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31일 인천 남동경찰서는 “피의자 정형근(55)씨가 피해자를 성폭행하려 했으나 반항하자 살해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정씨는 조사 초기엔 술에 취해 다투다가 발생한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진술했으나, 어제 오후 프로파일러 등을 동원해 2차 신문에 들어가자 이같이 시인했다”며 “술에 취한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고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씨와 전씨는 범행 당일 오후 4시쯤부터 전씨가 채소를 파는 부평구의 한 시장에서 술을 마셨으며 오후 4시50분쯤 함께 택시를 타고 정씨 집으로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정씨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신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둘 사이 내연 관계는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 20일 오후 6시쯤 인천시 남동구 자신의 집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전모(71·여)씨와 술을 마시던 중 전씨를 성폭행하려 했으나 반항하자 집에 있던 둔기와 흉기를 가지고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전씨의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담아 다음날 집 근처 주차장 담벼락 아래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정씨는 시신을 가방 속에 담아 유기한 다음 날인 지난 22일부터 잠적해 도피하다가 범행 9일 만인 29일 오후 7시쯤 서울 을지로5가의 훈련원공원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은 보강 수사를 마친 뒤 다음 주 초 사건을 인천지검에 송치할 예정이다.
이날 오전 11시30분쯤에는 범행 현장인 정씨 집 등에서 현장 검증이 진행됐다. 오후 2시 인천지법에서 정씨에 대한 구속 여부를 가릴 영장실질심사가 열렸다. 구속 여부는 오후 늦게 결정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