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기사는 ‘테이큰3’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원치 않는 독자는 ‘뒤로’ 버튼을 눌러주세요.
‘쉰들러 리스트’(1994) ‘레 미제라블’(1998) ‘러브 액츄얼리’(2003) 등에서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인정받은 배우 리암 니슨(63)에게 ‘테이큰’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2008년 시리즈 1편이 크게 흥행하면서 그는 다 늦은 나이에 액션계의 별로 떠올랐다.
리암 니슨은 ‘테이큰3’을 내놓으며 “이번 출연이 마지막”이라고 공언했다. 아쉬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뒤엔 그 결정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전체적인 틀은 전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위험에 빠진 가족을 지키려는 전직 특수요원 출신 아버지 브라이언 밀스(리암 니슨 분)의 눈물겨운 분투기다. 1·2편과 마찬가지로 이혼한 전 부인 레니 역에는 배우 팜케 얀센이, 딸 킴 역에는 매기 그레이스가 출연한다. 배우들 모습에서 느껴지는 세월의 흔적이 왠지 정겹게 느껴지기도 한다.
뻔한 구성에서 탈피하려는 듯 영화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으로 시작한다. 레니가 정체불명의 괴한들에게 살해당한 것이다. 더구나 장소는 브라이언의 집이다. 집에 도착한 브라이언이 숨져있는 레니를 발견하고 놀랄 틈도 없이 경찰이 들이닥친다.
계획적으로 이뤄진 범행에 자연스레 브라이언이 살인범으로 몰리고 만다. 하지만 그는 순순히 경찰에 잡혀가지 않는다. 한 때 사랑했었고 이젠 둘도 없는 친구가 된 레니를 죽인 이들을 직접 찾아 나서기로 한다. 자신을 체포하려는 경찰들을 때려눕히고 도망치는 그의 머릿속엔 범인을 잡을 생각밖에 없다.
그렇게 본격적인 액션이 시작된다. 추격신에서의 달리기는 기본이다. 맨손 대결 장면에서 리암은 변치 않은 전매특허 기술들을 선보인다. 팔을 꺾거나 목을 비틀어 상대를 제압한다. 묵직한 주먹을 내리꽂거나 무릎으로 급소를 가격하면 상대는 여지없이 쓰러진다. 몇 명씩 몰려들어도 그는 천하무적이다.
그런데 문득 이런 설정이 어색해지는 순간이 있다. 숨길 수 없는 리암 니슨의 나이 때문이다. 미세하지만 몸놀림이 둔해졌다는 게 느껴진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이렇게 슬프게 다가올 수가 없다.
달리는 그의 발걸음이 너무 무거워 보인다. 그러다 담벼락을 뛰어 넘을 땐 이상하리만큼 재빠르다. 아마 대역을 쓴 것으로 보인다. 대역의 존재가 느껴지는 이런 장면들은 꽤 많다. 안타깝지만 냉정하게 보면 작품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요소가 된다. 적과 싸우는 장면 역시 간신히 합을 맞춰 해내는 힘겨움이 엿보인다.
그럼에도 ‘테이큰3’는 관객의 사랑을 받았던 기본만큼은 놓치지 않았다. 죽은 아내에 이어 위험에 처한 딸을 구하려는 아버지의 간절함이다. 그 마음은 킴을 바라보는 브라이언의 눈빛만으로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빠뜨릴 수 없는 또 하나는 역시 액션이다. 시원한 총격신과 폭발신이 적재적소에 배치된 후반부는 지루할 틈이 별로 없다.
특히 납치된 딸이 탄 비행기가 이륙하기 직전 브라이언이 슈퍼카 포르쉐를 타고 전속력으로 달려 들이받는 장면이 압권이다. 컴퓨터그래픽(CG) 등 처리 없이 실제로 촬영된 장면이라고 한다. 딸을 놓칠세라 온몸으로 막아낸 아버지. 이보다 강렬한 마침표가 있을까. 8년여간 이어진 세 편의 시리즈가 이 한 장면으로 정리된다.
비슷한 포맷의 내용과 구성으로 세 편을 낸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굳건히 중심을 지켜낸 리암의 무게감으로 가능했다. 시리즈의 마지막을 고한 지금, “이젠 너무 식상하다”는 지적은 큰 의미가 없을 듯하다. 영화에서 리암 니슨이 보여준 열정에 박수를 보낼 뿐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