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신 졸속 미숙… 공연부터 권위까지 모두 잃은 골든디스크

망신 졸속 미숙… 공연부터 권위까지 모두 잃은 골든디스크

기사승인 2015-01-16 11:11:55

잃은 게 더 많을까, 얻은게 더 많을까.

제 29회 골든디스크가 막을 내렸다. 이례적으로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됐고, 양일간 열렸다. 최근 음반시장 트렌드에 맞춰 음반과 음원 부문으로 나눠 시상하겠다는 계획은 신선했고, 한국의 그래미 시상식이 되겠다는 포부는 컸지만 결과는 ‘총체적 난국’이다.

골든디스크는 국내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몇 개 안 되는 시상식 중 하나다. 국내에서 개최되는 가요시상식 중에서도 역사가 긴 축에 속하며 해외 개최도 세 번째다. 그러나 29회는 이런 골든디스크의 권위를 졸지에 졸속 시상식으로 추락시켰다.

시작은 골든디스크 개최 전부터 진행된 유료 투표부터였다. 공정하기로 이름난 시상식이었지만 골든디스크는 전용 앱으로 가요 팬들에게 투표를 받으며 유료 투표는 투표 제한 횟수를 없앴다. 투표 1회당 약 55원의 비용이 들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1위로 만들기 위해 팬들은 아낌없이 돈을 들여 투표했다. 결과적으로 약 3억원 이상이라는 투표 수입이 집계됐다. 수익은 올렸지만 공정함은 훼손됐다. 돈을 내면 무한 투표가 가능한 시상식은 결국 “돈을 받고 상을 판다”는 비난으로 돌아왔다.


행사 진행도 황당함의 연속이었다. 14일 골든디스크 시상식 사무국 측이 중국 현지 진행업체의 실수로 비스트 멤버 중 5명, 갓세븐 멤버 중 뱀뱀, 유겸의 비자를 누락시켰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방탄소년단의 경우 멤버 정국의 비자가 누락됐다. 비스트 중 누락된 5명과 방탄소년단 정국은 관광비자로 출국했으며 갓세븐의 뱀뱀과 유겸은 출국조차 하지 않았다.

비스트는 14일 골든디스크 디지털음원상 수상을 포함해 3관왕에 올랐으며 갓세븐도 신인상을 받았다. 방탄소년단은 음반 본상을 받았다. 으레 시상식에는 상을 받은 그룹의 축하 퍼포먼스가 잇따르기 마련이지만 비스트는 상만 받고 내내 시상식장에 앉아있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갓세븐은 데뷔 후 최초로 신인상을 받는 영광스러운 자리지만 그룹의 막내 두 명은 한국에서 TV로 시상식을 봐야 했다.

진행이라고 매끄럽지는 않았다. 중국에서 여는 한국 시상식이지만 한국인 진행자들은 수시로 중국어로 행사를 진행했다. 14일은 중국인인 미쓰에이 페이가 현지어로 현지 팬들과 소통했지만, 15일은 한국인인 MC 전현무가 중국어 진행을 했다. 전문 통역사가 아닌 만큼 중국어 진행은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한국 시상식에서 한국 가수들에게 상을 주는데 중국어가 들어갔어야 하는 이유는 뭘까.

공연이라도 무사히 진행됐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15일 본상 수상자인 인피니트와 소녀시대·태티서의 공연이 원인을 알 수 없이 중단됐다. 인피니트는 ‘소나기’ ‘백(Back)’ ‘라스트 로미오’ 등 3곡을 하길고 돼 있었으며 소녀시대는 ‘할라(Holler)’와 ‘아드레날린’ 등 2곡을 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두팀 다 중간 멘트와 마지막 무대가 취소됐다. 모두 당황했지만 주최측은 아무런 설명 없이 다음 무대를 진행했다. 음반 부문 대상을 수상한 엑소는 앵콜 무대의 음향을 완전히 망쳤다. 빠른 비트와 리듬감의 ‘중독’은 음향 사고로 느리게 재생됐고, 영광의 무대는 웃음거리가 됐다.


공정함, 공연, 행사 진행, 한국 가요계를 대표하는 시상식의 대의. 모두 잃었다. 골든디스크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이은지 기자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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