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지만 미리 봤어도…” 김군은 방에 쪽지를 남기고 터키로 갔다

“쪽지만 미리 봤어도…” 김군은 방에 쪽지를 남기고 터키로 갔다

기사승인 2015-01-21 16:47:56

터키에서 실종된 김군을 붙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YTN은 21일 김군이 터키로 가기 전 자신의 방에 “IS에 가입하겠다(Joint IS)”라는 쪽지를 남겼다고 보도했다. 김군은 평소에도 부모와 대화가 아닌 쪽지로 소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금천구에 살던 김군은 부모에게 “터키에 있는 친구 하산을 만나러 7박8일 여행을 가겠다”며 지난 8일 이스탄불로 출국했다. 김군은 시리아 접경지인 킬리스에서 IS 대원을 만난 것으로 추정된다. 킬리스의 호텔 직원은 “하산이란 사람을 아는가(Do you know Hassan)”라는 질문을 계속 들었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은 김군이 납치나 강요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시리아 접경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경찰이 잠정 결론을 내렸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1일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기자 브리핑을 열고 김군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터키 현지인이 개설한 계정의 이용자와 대화한 내용, 한국에서 킬리스 모 호텔까지의 여행 일정을 본인이 주도하고 부모에게 여행 목적을 속인 점 등을 근거로 들고 이 같은 내용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군은 지난해 10월 터키 현지인이 개설한 트위터 계정 ‘habdou****’과 수차례 과격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가입 방법 등에 대해 대화했다.

트위터 대화명이 ‘Afriki’인 이 계정의 인물은 김군에게 “이스탄불에 있는 하산이란 형제에게 연락하라”라며 그의 전화번호를 알려주기도 했다.

특히 경찰이 김군의 컴퓨터를 분석해 ‘Afriki’가 지난해 10월 15일 김군과 나눈 슈어스팟(surespot)에서 “‘ga***’를 찾으라. 그가 너를 도와줄 것이다”라는 대화 내용을 확보했다.

슈어스팟은 보안성이 높은 SNS로 IS가 조직원을 모집하는 데 사용하는 대표적인 채팅 프로그램으로 알려졌다.

이후 트위터에 IS 관련 내용이 없어 경찰은 김군이 슈어스팟으로 ‘ga***’과 대화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군이 터키와 IS 관련 정보를 수백회 인터넷을 통해 검색하고 킬리스 호텔까지 여행 일정을 본인이 계획한 점도 김군의 납치 가능성을 낮춘다.

김군은 터키 여행정보, IS 관련 신문기사 등 65개 사이트를 즐겨찾기 목록에 등록했고, 지난 1년간 IS, 터키, 시리아, 이슬람 등의 단어로 517회 검색한 것으로 경찰의 김군 컴퓨터 분석결과 드러났다.

김군 부모의 부탁을 받고 김군과 터키에 같이 간 홍모(45)씨조차 이 여행의 목적지를 몰랐다.

김군이 킬리스로 여행하고 싶다고 해 이스탄불을 거쳐 가지안테프에 도착, 1박 후 버스를 타고 킬리스의 모 호텔로 갔다고 홍씨는 경찰조사에서 진술했다.

또 홍씨는 이번 여행의 최종 목적지가 호텔 앞의 모스크(이슬람 사원)이며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하산’이라는 인물이 이 호텔과 모스크를 알려줬다고 김군이 말했다고 전했다.

김군이 터키 여행의 목적이 하산을 만나기 위해서라는 사실은 그의 부모조차 몰랐다.

김군 모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김군이 터키 여행 후 마음을 잡고 검정고시 준비를 하겠다고 해서 여행을 보내준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0월은 ‘Afriki’란 인물이 이스탄불의 하산에게 연락하라고 말한 시점이다.

모친은 또 출국 전에 김군이 하산이라는 사람과 채팅하고 IS에 관심이 있는지 전혀 몰랐다고도 했다.

경찰은 김군이 터키에 도착한 후인 지난 9일과 10일 두 차례 현지 전화번호인 ‘15689053********’로 통화한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 번호가 ‘Afriki’가 알려 준 '하산'의 전화번호와 다른 번호로, 슈어스팟을 통해 알게 된 번호로 추정, 터키 경찰당국과 이 전화번호의 수신자 신원을 수사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현재까지 실종 또는 납치 관련성은 확인된 바 없다”며 “김군이 IS에 많은 관심을 표명한 다수 자료가 확인됐으나 실제 가담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조현우 기자
조현우 기자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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