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人터뷰] 대만 톱가수 왕리홍 “중화권은 K팝 모델로 발전해야… 한국 가요 단결력 놀라워”

[쿠키 人터뷰] 대만 톱가수 왕리홍 “중화권은 K팝 모델로 발전해야… 한국 가요 단결력 놀라워”

기사승인 2015-01-24 08:00:02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왕리홍(왕력굉·王力宏·Wang Leehom)이라는 이름을 아는 사람이 한국에 얼마나 있을까. 가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2012년 MAMA에서 피아노를 치며 노래하던 잘 생긴 남자 가수로 기억할 것이고, 영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탕웨이의 영화 ‘색, 계’의 젊은 애국청년으로 기억할 것이다. 그룹 엑소의 팬이라면 엑소의 중국 멤버들이 성룡의 생일 공연에서 웬 미남과 사진을 찍으며 “그를 만나게 되다니 놀랍다”고 감탄을 연발하는 것을 보면서 “대체 저 사람이 누구길래 그 엑소에게 저런 소리를 하게 만드는 걸까?” 하고 한 번쯤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왕리홍은 대만과 중화권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수다. 국내에는 ‘키스 굿바이(Kiss Goodbye)’, ‘애인위재심중’ 등의 히트곡으로 유명하다. 넓은 음역대와 깊은 음색으로 사랑받는 가수이며, 랩에도 능하다. 작사·작곡·프로듀싱부터 뮤직비디오 감독까지 전부 해내며 프로듀서로서도 손색없는 모습을 보여왔다. 대만 영화계에서는 존경받는 배우고 할리우드에서도 이미 익숙한 중화권 남자배우다. 그의 어려보이는 얼굴에 ‘존경’이라는 단어를 쓰다니 다소 이른 것이 아닌가 싶지만 알고 보면 그는 1976년 생으로,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원로 가수다. 우리나라로 치면 ‘토토가’에 나와야 할 연차지만 그는 아직도 현역으로 탄탄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4년 만에 15번째 앨범 ‘너의 사랑’을 발매한 왕리홍을 23일 오후 대만 타이페이 문화창조단지에서 만났다. “한국 청중들이 내 노래를 들었으면 좋겠다”며 한국의 취재진을 초청한 왕리홍은 K팝을 본격적으로 접한 계기로 2012년 MAMA를 꼽았다. 그는 “K팝은 아시아 뮤직 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중국 가요계도 K팝을 모델 삼아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놀라웠다. 왕리홍은 자신의 음반에 필요한 모든 작업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아티스트다. 작사·작곡 등 창작의 영역을 넘어 자신이 대표로 있는 1인 기획사를 운영하며 유통까지 해내기 때문에 자연스레 자신의 뜻대로 활동할 수 있다. 반면 K팝은 점점 분업화하는 추세다. 한 그룹이 노래 하나를 만들어도 작사·작곡·편곡 모두 다른 사람들이 맡으며 유통과 기획, 홍보는 기획사가 도맡는다. 대신 가수의 발언권이 약하다. 아티스트들은 철저히 기획사의 지휘 하에 움직인다.



왕리홍은 “그것이 K팝에서 보이는 단결력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철저히 분업화 돼있지만 그만큼 체계적이라는 것. “한국은 국내 시장이 그리 크지 않아 자연스레 해외로 진출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철저하게 단결한다”는 그는 “대만과 중국을 비롯한 중화권 아티스트들은 국내시장이 크기 때문에 ‘굳이 다른 나라로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며 각자의 길을 걷는다”고 말했다. 왕리홍은 이어 “내수 시장만 사수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이 계속되면 중국 가요계는 더 이상 발전하기 힘들다”며 “내가 중국 가수들에게 해외 진출을 권유하는 이유는 K팝이라는 모델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중화권의 음반 시장 경향은 어떨까. 한국은 음반시장에서 철저한 음원 중심 시장으로 변한지 오래다. 중화권은 한술 더 뜬다. 수많은 음원들이 포털을 위시해 무료로 풀리고 있으며 음반 가게들은 대부분 문을 닫거나 닫을 채비를 하는 중이다. 20년이나 가수 생활을 한 만큼 더욱 민감하게 시장 경향을 느껴왔을 왕리홍은 어떨까. 그는 “개인적으로는 음악시장의 변화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음악은 복합 산업이다. 시장보다는 음악을 만드는 음반 제작자로서의 원칙에 신경을 쓰다 보면 어떻게든 수입은 따라오게 돼 있다는 것. 왕리홍은 “기본적으로는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이 나의 1순위고, 좋은 음악을 만들어 놓으면 사람들은 그 음악을 여러 가지로 소비한다”며 “좋은 음악을 즐길 음향을 신경쓰고, 영상을 찾아보며 사람들은 음악을 즐긴다”고 말했다.

“어쨌거나 사람들은 모두 음악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은지 기자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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