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혜리 기자] “‘피노키오’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잊지 못할 거 같아요. 현장에 있을 때의 시기와 계절이 돌아오면 또 생각이 많이 날 것 같아요.”
‘천국의 계단’에서 최지우의 아역 한정서를 연기했던 소녀 박신혜(26)는 어느덧 20대 중반을 넘어섰다. ‘시청률 흥행 보증수표’ 타이틀을 따낸 것은 물론 20대 여배우 기근 현상 속에서도 유일하게 살아남으며 독보적인 길을 걸어왔다.
박신혜는 대중에게 건강하고 씩씩해 보이는 이미지를 각인시켜왔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은근히 소심하다”고 털어놨다. 어릴 때부터 시작한 연기 생활이지만 여전히 집에 가자마자 문을 잠그고 우는 날도 많다고. 의외로 외강내유의 모습이 보였다. 더불어 본인의 연기를 어떻게 하면 더 발전시킬까하는 고민은 늘 하고 있었다. 연기경력 11년차의 배우지만 지금도 연기 레슨을 받는 연습벌레이기도 하다.
SBS ‘상속자들’ 이후 1년 만에 ‘피노키오’로 브라운관에 돌아온 박신혜는 빠진 젖살만큼 외적으로나 연기, 인간적인 면에서 성숙했다. 거짓말을 하면 딸꾹질 증세를 보이는 가상의 병 ‘피노키오 증후군’을 연기함과 동시에 방송사 사회부 기자로 분해 연기 변신을 꾀했다. 딸꾹질을 직접 연습, 기자 교육을 받아가며 그렇게 최인하로 변해갔다.
인터뷰 도중 연습했던 딸꾹질을 보여주며 예쁘게 말을 이어나가는 박신혜의 모습에 대중이 왜 박신혜에게 빠져드는지를 알 수 있었다. 화려해 보이는 여배우지만 그 이면에는 남모를 고민과 걱정도 많았다. 스물여섯 살이 된 여배우 박신혜를 만나 진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피노키오 시작할 때 이렇게 많은 관심을 끌 거라 예상했나
“뉴스가 만들어지고 기자들의 생활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화제가 될지 몰랐어요. 새로운 소재긴 했지만 그 안에 커플들의 이야기와 커넥션, 기자들의 삶에 이렇게 많은 관심을 가져 줄줄은 전혀 몰랐죠.”
기자톤으로 연기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SBS 아나운서국에 들어가서 신형철 앵커에게 직접 코치를 받았어요. 신입기자들이 실수하는 점들과 목소리 톤, 발음, 띄어 읽기, 아나운서와 기자들의 차이가 뭔지 직접 들으면서 공부했어요.”
직접 취재하고 보도해봤으니 뉴스를 보는 눈도 달라졌겠다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게 되니까 뉴스 보면서 자꾸 상상하게 돼요. 저건 아이템 회의에서 사회면이나 경제면 헤드라인이겠구나. 취재하면서 뻗치기를 했을까. 물먹고 풀하고 이런 것들이 상상이 되더라구요.”
딸꾹질 연기는 어떻게 한 건가
“대본에 딸꾹질 할 타이밍이 자세히 다 나와 있었어요. 딸꾹질을 언제할지 타이밍 때문에 고민이 많았는데 작가님께서 대본에 아예 넣어주신 거죠. 딸꾹질을 인위적으로 하다 보니까 편도나 목젖 쪽이 많이 땡겨요. 평소엔 괜찮은데 감기 걸렸을 땐 목소리가 아예 안 나오더라고요.”
피노키오 증후군이 가상 증상인데, 좀 어색하진 않았나
“시청자분들이 딸꾹질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고민도 많았어요. 어색하다는 이야기가 나올까봐. 그래도 다행히 재밌게 봐 주시더라고요.”
최달포 역의 이종석과도 케미가 좋았다
“종석이 뿐만 아니라 (김)영광 오빠하고도 잘 맞았어요. 취미, 음악, 옷, 운동 이야기하면서 잘 맞았죠. 또 하루 종일 먹는 이야기, 음악이야기도 하면서요. (이)유비랑은 노는 이야기. 종석이는 집에 있는 걸 좋아 하구요. 서로 관심사나 여행 이야기 하다보니까 잘 맞았죠. 넷 다 또래라서 그런지 모였다하면 왁자지껄했죠. 찍어야 될 신이 많은데 웃느라고 NG도 많이 났죠.”
극중에서 가족에 대한 애틋함이 컸다
“진짜 엄마, 아빠, 할아버지 같았어요. 진경 선배님을 엄마라고 부르기엔 젊잖아요. 그래도 엄마라고 불렀고, 신정근 선배님도 아빠라고 불렀어요. 저 뿐만 아니라 종석이도 그렇고 다들 그랬죠.”
실제로 가족은 박신혜에게 어떤 존재인가
“‘피노키오’의 인하랑 실제 모습이랑 비슷해요. 엄마·아빠에게 매달리고 애교도 부리죠. 가족들은 묵묵히 뒤에서 지켜봐주시면서 걱정하면서 기도해주시죠. 항상 저한테 못 물어보는 거 있으면 매니저한테 듣고 신경써주시고 제가 자연스럽게 일 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가끔 속상해서 집에 틀어박혀있으면 죄송하기도 해요.”
고민도 털어놓는 편인가
“일적인 이야기는 잘 안해요. 좋은 일은 이야기 하지만요. 안 좋은 일은 이야기하면 걱정하니까 안 하죠. 그래도 눈치는 채시죠. 방에서 문 잠그고 울고 있는데 엄마도 울고 계시더라고요. 한참 뒤에 충분히 혼자만의 시간을 두고 나중에 물어보시죠. 다 들어주시고 늘 안아주세요.”
문 잠그고 우는 건 옛날 일 아닌가. 요즘은 안 그럴 거 같다.
“상처도 잘 받는 편이고 의외로 소심해요. 화나서 질러놓고도 마음 약해서 스트레스 받고, 속상해서 울고 그래요. 눈물도 많죠. 그래도 한번 울고 나면 강해지는 거 같아요. ‘그래, 다시 해보자!’라는 마음을 가지죠. 오랫동안 담아 두지는 않아요. 사람들 앞에서 창피하게 울더라도 다 털어버리죠. 마음 아파하거나 꿍해 있는 건 제 스타일이 아니에요.”
2015년, 새해 소망이 있다면
“늘 건강했으면 좋겠고 작년처럼 좋은 작품 만나고 싶어요. 학교도 졸업해야죠. 작년 2학기 때 졸업하려고 했는데 ‘피노키오’ 시나리오 받으면서 휴학을 했죠. 결과적으로 잘 된 일이지만요. 올해 목표는 졸업이에요. 졸업해야 걱정 없이 작품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이혜리 기자 hy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