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내 심장을 쏴라’ 마음이 아픈 당신을 치유하는 101분

[쿡리뷰] ‘내 심장을 쏴라’ 마음이 아픈 당신을 치유하는 101분

기사승인 2015-01-29 14:54:55
사진=영화

[쿠키뉴스=권남영 기자] 이민기(30)와 여진구(18)가 동갑내기 친구로 나온단다. 잠깐 흥미를 끌었다. 두 남자 우정을 소재로 한 흔한 영화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틀렸다. 영화 ‘내 심장을 쏴라’가 하고자하는 얘기는 그게 다가 아니었다.

배경은 정신병원이다. 병원에 끌려가는 승민(이민기)와 수명(여진구)의 상반된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밤, 수명은 모든 걸 내려놓은 듯한 표정으로 차 뒷좌석에 실려 병원으로 향한다. 달리는 차 창밖을 바라보던 수명 눈에 정체불명의 사내들에게 매를 맞는 승민이 들어온다. 승민은 그들에게 끌려가지 않으려 발버둥을 치지만 결국은 병원 앞에서 수명과 재회한다.


이 병원의 이름은 수리희망병원이다. 어딘지 스산하고 침울해 보이는 분위기와는 대조적이다. 병원에 입원해있는 환자들 면면을 살펴보면 더욱 그렇다. 무기력하게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희망’이라는 말이 점점 이질적으로 느껴질 때쯤, 문득 승민이 눈에 들어온다.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끊임없이 탈출 시도를 한다.

착실히 병원생활을 하는 모범환자 수명은 그런 승민이 의아하기만 하다. 무언가에 잔뜩 주눅이 들어 늘 말이 없는 그는 유독 이발할 때만 격렬하게 반항한다. 가위공포증 때문이다. 덥수룩한 머리를 하고 늘 멀뚱하게만 있던 수명은 승민과 함께 생활하면서 점점 달라진다. 조금씩 말문을 열고 웃음을 찾고, 바깥세상을 꿈꾸게 된다.


‘내 심장을 쏴라’는 정유정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개봉에 앞서 홍보사가 주최한 한 행사에서 만난 정 작가는 “내 심장을 쏴라는 암울했던 내 청춘을 돌아보며 쓴 작품”이라며 “승민과 수명을 통해 힘든 청춘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갑갑한 현실 속에서의 희망을 이야기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원작 소설 첫 페이지엔 ‘분투하는 청춘들에게 바칩니다’라는 메시지가 적혔다. 이는 영화 엔딩 크레딧에도 똑같이 등장한다. 이 영화를 연출한 문제용 감독은 “우리 청춘들이 비 오고 축축한 힘든 땅바닥에 살고 있지만 마음속엔 안나푸르나의 하늘같은 꿈을 잃지 말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내 심장을 쏴라’는 단편작 여러 편을 선보인 문 감독이 내놓은 첫 상업영화다. 연출에서의 아쉬움이 없진 않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가 힘 있게 흐르지 못하고 중간 중간 다소 지루해지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묵직한 의도와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확실하게 캐릭터를 살린 배우들이 큰 역할을 했다. 이민기의 재기발랄한 연기는 영화에 생동감을 넣었다. 정신병 환자라는 쉽지 않은 연기를 소화한 여진구도 칭찬할 만하다. 수간호사를 연기한 유오성은 작품에 무게감을 더했고, 김정태, 김기천, 박두식, 박충선 등 배우들의 감초연기도 돋보인다.

강당에 모인 이들이 함께 트위스트를 추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다. 어두웠던 환자들 표정이 밝아질 때 보는 이 얼굴에도 웃음이 번진다. 보트 신과 패러글라이딩 신은 답답했던 가슴을 뻥 뚫어주는 느낌이 든다. 잔잔한 힐링이 필요하다면 이 영화에 101분을 투자해도 좋을 듯하다.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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