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쎄시봉’ 같은 영화는 처음이에요” 신예 조복래의 이야기

[쿠키人터뷰] “‘쎄시봉’ 같은 영화는 처음이에요” 신예 조복래의 이야기

기사승인 2015-02-08 21:43:55
사진=박효상 기자

[쿠키뉴스=권남영 기자] 강렬한 등장이다. 이름도 얼굴도 낯설었던 배우 조복래(29) 얘기다. 영화 ‘쎄시봉’에서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대한민국 남녀노소 누구나 아는 포크음악계의 거장 송창식으로 완벽하게 분했다.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아마 그를 뇌리에서 지우기 쉽지 않을 듯하다.

워낙 강한 인상이 남았던 터라 시사회 때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바로 인터뷰를 제안했다. 대체 어떤 배우인지 궁금했다. 묻고 싶은 말들이 많았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여러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공개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된 조복래는 무려 2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뽑혔다. 쟁쟁한 뮤지컬배우들이 도전장을 내민 오디션이었다. 당시 출연 중이던 뮤지컬 조연출의 추천으로 참여했지만 사실 음악실력 면에선 큰 자신이 없었다. 노래도 기타연주도 특출 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겐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어릴 적부터 쎄시봉 노래를 좋아했고 송창식 선생님 팬이었어요. 송창식 선생님을 향한 존경심에 있어서만큼은 남들에 비해 경쟁력이 있었어요. 자신감도 있었고요.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좋은 거 있잖아요. 자연스럽게 1970~1980년대 노래들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마 오디션에 임하는 자세도 (달랐겠죠). 노래랑 기타실력은 뒤처지겠지만 알 수 없는 어떤 게 감독님 눈에 띄지 않았나 싶어요.”


그도 그랬을 법한 것이 조복래는 오디션에 가발을 쓰고 개량한복을 입고 갔다. 역할을 꼭 따내겠다는 열망이었다. 기본적으로 구수한 외모도 한몫했다. 천연덕스럽게 기타를 치며 ‘담배가게 아가씨’를 부른 조복래는 송창식 이미지에 딱 들어맞았다. 음악감독이 그를 강력 추천했고, 김현석 감독도 동의했다.

“오디션 때 사실 노래는 잘 못했는데 음악감독님이 훈련시키겠다고 (감독님을) 설득해서 캐스팅 됐어요. 이미지로 됐죠. 이미지로(웃음). 노래는 이번 영화하면서 확실히 많이 늘었어요. 왜냐면 저는 연극만 했었기 때문에 관객들 앞에서 노래를 불러본 적이 없거든요. 노래방 같은 데선 잘 되는데 울렁증이 있어서 사람들 앞에만 서면 그렇게 안 되는 거예요. 떨리고 호흡 운영이 잘 안 되고 그런 게 괴로웠는데 조금씩 괜찮아지더라고요. 참 다행이었죠.”

그는 겸손하게 말했지만 영화에서 보여준 가창력은 배우임을 고려했을 때 놀랄만한 수준이었다. ‘전문적으로 가수생활을 하던 사람인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극중 조영남(김인권)과 윤형주(강하늘)이 휩쓸던 쎄시봉에 어느 날 찾아온 그는 노래 한 곡으로 분위기를 평정한다. 이후 오근태(정우·김윤석)와 민자영(한효주·김희애) 애정라인이 비중 있게 그려지면서 그의 분량은 크게 줄지만 초반 남긴 인상이 흐릿해지진 않는다.


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한 조복래는 이후 2년여간 연극 무대에서 탄탄한 기본기를 쌓았다. 걸출한 연기파 배우들을 배출한 극단 목화에서 연기를 배웠다. 쉬는 날도 거의 없이 엄격하게 진행됐던 극단 생활이었지만 그는 당시를 “정말 재밌고 즐거웠다”고 회상했다.

“고시원에 살면서 연극을 했어요. 눈만 뜨면 극단가고 끝나면 다시 집에 오고. 마로니에 공원 가서 기타치고 버스킹하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그런 식이었죠. 참 다양하고 즐겁게 생활했어요. 돈은 없지만 진짜 누구보다 행복했어요. 남들이 보면 그냥 궁핍했던 시기일 수 있겠죠.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절만큼 뜨겁고 재밌게 살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조복래는 자신의 연기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두 스승을 만났다. 대학시절 배움을 받은 송혜숙 교수와 극단 대표 오태석 연출이다. 극단 입단도 송 교수가 오 대표에게 그를 소개하면서 이뤄졌다. 조복래는 “두 스승은 제 인생의 롤 모델”이라며 짧지 않은 얘기를 털어놨다.

“두 분 모두 나이가 72~73세 정도 되세요. 일흔이 넘으셨는데도 인생을 너무나 멋지게 살고 계시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평생해오셨고 아직도 하고 계세요. 그런 모습을 보는 것 자체만으로 저에겐 인생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돼요. 좋아하는 일을 평생 즐겁게 하시는 모습이 너무 부럽고 멋졌어요. 저도 두 분처럼 그런 삶을 살고 싶어요.”


조복래는 “(이런 스승을 만난 게) 참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그런 스승들이 든든하게 계신데 제가 어떻게 그 분들께 부끄러운 제자가 될 수 있겠느냐”며 “열심히 정도(正道)의 길을 걸어 멋진 배우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제 목표”라고 덧붙였다.

같은 대학 선배인 장진 감독과의 인연으로 영화계에 발을 디딘 조복래는 그간 영화 10여편에 출연했다. ‘소원’(2013) ‘몬스터’(2014) ‘명량’(2014) ‘우리는 형제입니다’(2014) 등에서 얼굴을 비췄다. 단역이나 조연 등 작은 역할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쎄시봉’을 찍으면서는 뭔가 달랐다. 분량이 조금 늘어난 탓도 있겠으나 촬영장 분위기에서부터 차이가 있었다.

“연극은 스태프들과 연기자들이 하나가 돼서 공연을 올리는 느낌이거든요. 근데 영화에선 그런 느낌을 가진 적이 없었어요. 촬영 중간 나와서 제 할당량만 딱 하고 빠지니까 스태프들과 긴밀한 관계가 없었죠. 영화는 좀 다르구나 생각했어요. 근데 ‘쎄시봉’은 그런 감정을 처음 느끼게 해준 작품이에요. ‘영화도 모두 하나가 돼서 가족 같은 느낌을 느낄 수 있구나.’ 그래서 너무 재밌게 촬영했던 것 같아요. 근데 그 꿈이, 추억이 이제 끝난 것 같아서 아쉽기도 해요.”


조복래는 “초반엔 많이 얼어있었는데 모두가 저를 도와주셨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스태프들은 물론 김윤석, 김희애, 장현성, 김인권 등 선배들을 일일이 언급했다. 정우는 영화 매체에 익숙하지 않은 자신을 이해하고 많은 조언을 해줬단다. 장난기 많은 진구는 ‘복래는 잘 될 거다’라면서 팬클럽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디테일한 조언까지 해줬다고 했다. 조복래는 “저는 진짜 ‘인복(人福)의 끝’인 것 같다”며 행복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쎄시봉’이 정말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고 하자 그는 “저에겐 정말 뜻 깊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문득 “오늘 되게 감성적인 얘기를 되게 많이 한 것 같다”면서 쑥스러운 듯한 웃음을 터뜨렸다. 끝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을 던졌다. 거창하진 않지만 진솔한 대답이 돌아왔다.

“힘닿는 대로 기회 주어지는 대로 (해야죠). 아직 많이 부족하니까요. 근성 있고 열심히 하는 배우이고 싶어요. 아직까진 그렇게 큰 기대는 안하셨으면 좋겠어요. 차차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나중엔 모두가 정말 많이 좋아졌다고 인정해주실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네요.”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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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남영 기자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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