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재 한의사의 여성건강 이야기 2] 하루에 물 2L씩 마셔야 할까요?

[정현재 한의사의 여성건강 이야기 2] 하루에 물 2L씩 마셔야 할까요?

기사승인 2015-03-04 16:39:56

“하루에 2L씩 물을 마셔야 한다” “하루에 8잔의 물을 마시면 건강하고 노화도 지연되고 피부도 좋아지고 살도 빠진다”

요즘 대부분의 방송매체에서 하는 이야기입니다. 언제부턴가 이러한 논문들이 해외에서 나오고 국내로 재생산되고, 언론·방송에서 다뤄지면서 이제는 정설같이 되어 버렸습니다. 결과 많은 분들이 물병, 텀블러까지 챙겨 다니면서 물을 챙겨 드십니다.

그런데 과연 누구나 하루 2리터씩 물을 마시는 것이 몸에 좋을까요?

신장이 약한 분들에게 무분별한 물 섭취는 독이 됩니다. 이 물이 몸에 쌓여 담음(痰飮)이 되어 갖가지 심각한 병들을 일으키게 됩니다. 또 물이 자신의 신장기능이 처리할 수 있는 범위 이상으로 들어오면 신장은 점점 약해집니다. 문제는 이 신장이 나이가 들수록 대부분 약해진다는데 있습니다. 양방병원에 가서 검사상 신장기능이 문제없다는 판단을 받았다고 신장에 문제가 없는 게 아닙니다.

건강의 단계를 이야기 하자면 ▲1. 본인이 느끼기에 불편이 없고 양방검사상도 문제가 없다. - 건강상태 ▲2. 본인은 불편을 느끼는데 양방검사상에는 문제가 없다. - 아건강상태(?健康) ▲3. 본인도 불편을 느끼고 기질적 변화도 생겨 검사상 소견이 나온다. - 병적인 상태 등 쉽게 세가지 단계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주로 한의원에 오는 환자분들은 2단계의 환자분들이 많습니다. 이중 2단계 환자분들은 본인은 불편한데도, 병원에서 아니라고 하니 스스로 문제가 없다 생각합니다.

만성신장질환자에게 물이 독이 된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2단계의 환자군, 신장기능이 약하신 분들은 스스로 인지 못하고 물을 2리터씩 마신다는 것입니다.

한의학에서는 본인의 느끼는 증상과 복진, 맥진소견이 가장 중요합니다. 예전에 안 그랬는데, 소변을 자주보게 되고, 시원치 않고, 오래 걸리고, 밤에도 보게 되고 이런 경우 신장이 약해진 것입니다. 맥을 보면 체액과다의 활맥(滑脈)이 나오고, 복진을 해보면 복부에 물이 많이 차있습니다.

예전에 어느 40대 여성 환자분이 오셨습니다. 무릎, 허리 통증이 심하셨는데 방송에서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좋다고 하여 몇 달 전부터 물이 안 먹히는데도 억지로 먹고 있다고 했습니다. 진단을 해보니 체액과잉이 심한 상태라 담음이 척추를 압박하고, 관절에도 물이차서 아픈 사례였습니다.

그래서 즉각 물을 줄이고 한약치료를 권했습니다만 그냥 가시고 몇 달 뒤 다시 오셨습니다. 보니 양 다리가 많이 붓고 살 출렁거려 누르면 올라오지 않고, 골반이 아파 병원에 갔더니 딱히 원인을 모르는 대퇴골두 무혈성괴사가 와서 인공고관절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경우입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물 빼는 한약치료를 하였습니다만 잘못된 건강상식이 이런 무서운 결과를 가져옵니다.

그럼 물은 얼만큼 마시는게 좋은가? 몸이 시키는 대로 하면 됩니다. 목이 마르면 한 모금씩 마시고, 그렇지 않은데 억지로 마실 필요는 절대 없습니다. 벌컥벌컥 마시는 습관도 좋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가 먹는 음식물에도 수분은 충분히 있습니다. 사람마다 신장이 튼튼한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다 물을 많이 마셔야한다는 상식은 잘못된 것입니다.

사실 “모든 사람이 이렇게 하는 게 건강에 좋다”라는 명제 자체가 틀린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의 몸은 자연이기 때문에 몸에 맡기는 것이 가장 건강한 습관입니다. 괜히 사람의 견해라는 것이 개입이 되서 몸을 괴롭히기 일쑤입니다. <자임당한의원 정현재 원장, 02-542-8875>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