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혜리 기자] 뻔한 사랑이야기는 이제 통하지 않나 보다. 톱스타 캐스팅에 기댄 드라마들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브라운관에서 주로 다뤄지지 않던 소재들이 드라마로 옮겨와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18일 MBC 새 수목드라마 ‘앵그리맘’(연출 최병길, 극본 최반디)이 첫 방송됐다. 폭력으로 얼룩진 대한민국 학교의 현실을 사실감 있게 그려내며 호평을 받았다.
학창시절 일진 짱 출신의 억척스러운 엄마 조강자 역할에는 배우 김희선이 연기한다. 강자의 딸 아란(김유정)은 학교 폭력의 피해자로, 강자는 피의자를 처벌하기 위해 학생으로 위장해 직접 고등학교로 들어간다.
이날 방송에서 강자는 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7년 전 소년 재판으로 인연을 맺었던 판사 박진호(전국환)을 찾아갔다. 박진호의 재판에 참석한 강자는 학교폭력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울면서 사과하는 모습을 봤지만, 바깥에서 마주한 피해자와 피의자의 모습은 180도 달랐다. 가해 학생은 오히려 피해학생에게 “죽여버리겠다. 보복하겠다”는 협박을 하고, 피해학생은 결국 자살까지 이르는 등 강자는 충격적인 현실을 목격했다.
‘앵그리맘’은 영화를 보는 듯 사실감 넘치는 전개와 연출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샀다. “이런 드라마는 처음”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할 이야기를 그렸다” “앞으로의 전개가 더 기대된다” 등의 의견이 이어졌다.
호평과 함께 시청률 면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다. 19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방송된 ‘앵그리맘’은 7.7%의 전국 시청률을 기록했다. 동시간대 방송되는 KBS2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12.1%, SBS ‘하이드 지킬, 나’는 3.5%의 시청률을 나타냈다. ‘앵그리맘’은 첫 방송에 수목극 2위에 올라선 것이다.
전반적으로 지상파 드라마의 시청률 수치는 낮아졌다. 그 원인으로는 시청패턴 변화와 고갈된 소재가 꼽힌다. 진부한 사랑 이야기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방송사들은 새로운 소재를 찾아 나섰고, 현재 방영되고 있는 수목 미니시리즈에서 그 결과가 여실히 드러났다.
KBS2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3대에 걸친 여자들이 휘청거리는 인생을 버티면서 겪는 사랑과 성공, 행복을 찾는 가족극이다. ‘앵그리맘’은 학교 폭력을 소재로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다룬다. 반면 ‘하이드 지킬, 나’는 현빈과 한지민 두 톱스타를 내세운 로맨틱 코미디물이지만 작품성과 시청률 면에서 참혹한 결과를 내고 있다.
트렌디한 로맨틱 코미디보다 가족극 혹은 새로운 소재의 드라마들이 시청자들에게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이야기가 폭넓은 시청자층을 얻을 수 있었다. 더불어 TV 리모콘의 주도권을 가진 주시청층도 중장년층이기 때문에 미니시리즈의 소재 변화도 이들에게 맞춰지고 있다. hy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