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감정노동자는 감정을 숨기는 겁니다, 감정이 없는 게 아니고요

[친절한 쿡기자] 감정노동자는 감정을 숨기는 겁니다, 감정이 없는 게 아니고요

기사승인 2015-04-02 15:23:55

"[쿠키뉴스=이다겸 기자] ‘감정노동자’도 ‘사람’입니다

승객들의 지속적인 성희롱·욕설 등으로 우울증을 앓게 된 KTX 여승무원이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는 소식이 2일 전해졌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2일 “승객에 의한 반복적 스트레스가 우울증을 유발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KTX 승무원으로 일했던 A씨(31)의 우울증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통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감정노동자인 여승무원의 우울증이 업무 관련성을 인정받아 산재 보상을 받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눈길이 갑니다.

A씨는 객실 순회, 검표 업무 등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승객들로부터 “만나자” “재미 한번 보자” 등의 말을 들으며 성희롱·욕설·폭행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감정노동자의 스트레스, 우울증으로 인해 불거진 문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닙니다.

지난해 10월, 아파트 주민과 갈등을 빚었던 경비노동자 고(故) 이만수씨가 분신을 시도한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그는 중환자실로 옮겨져 한 달 가까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결국 전신 60% 정도의 3도 화상으로 사망했습니다. 같은 해 4월에는 백화점 판매 여사원이 손님과 말다툼을 한 후 자살소동을 벌인 일도 있었죠.

타인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일을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사람들을 ‘감정노동자’라고 하죠. 항공기 승무원, 콜센터 근로자, 홍보 도우미 등이 대표적이고, 서비스 산업이 발전하면서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문제는 감정노동자의 범위에 대한 정의도,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법안도 없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와 여야 의원들이 감정노동 보호와 관련된 법안을 놓고 토론을 벌였지만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놓지 못했습니다.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잠시 이슈화 됐다가 금새 잠잠해지기를 반복하는 감정노동자 문제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관련된 법안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더불어 ‘손님이 왕이다’라는 생각으로 감정노동자를 대하는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것도 중요합니다.

지난해 12월 방송된 MBC ‘무한도전-극한알바’에서는 방송인 정준하의 콜센터 텔레마케터 도전기가 전파를 탔습니다. 이날 방송에서 콜센터 직원들은 고객들의 무리한 요구와 폭언으로 인한 고충을 털어놨습니다.

“‘수고하세요’ 한 마디가 눈물이 난다.”

정준하의 소감 한 마디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냈습니다.

감정노동자는 감정을 숨기는 겁니다. 없는 게 아니고요. 앞에서는 웃고 있지만 뒤돌아서 눈물을 흘립니다. 정상적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들을 배려하고 매너 있는 소비자가 되는 건 당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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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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