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검사상 자궁근종이나 난소기능저하, 호르몬 문제 등 임신이 안 되는 원인을 진단 받은 분들도 있지만 특별한 원인이나 문제가 없어서 원인불명불임으로 진단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원인불명’ 말 그대로 현대의학적 진단에서는 원인을 모른다는 뜻이지 원인이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한의학적 관점에서 진단하면 이는 분명히 원인이 있고, 이를 잡아주면 충분히 자연임신이 가능합니다.
한의학에서 자궁은 혈실(血室)이라 하여 피가 머무는 곳입니다. 매달 피가 차고 빠지기를 반복합니다. 따라서 자궁이 건강하려면 혈액이 깨끗해야 합니다. 그런데 불임이나 난임이신 분들은 혈액이 끈끈하고 탁합니다. 이는 혈열(血熱)이 있어서입니다.
혈열은 간열(肝熱)로부터 발생합니다. 한의학에서는 ‘간장혈(肝藏血)’이라 하여 피는 간으로 모이고 간에서 머문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간에 열이 쌓여 있으면 피도 열을 받아 끈끈하고 탁해지고, 이를 방치하면 자궁에 어혈이 쌓이게 됩니다. 이러한 분들은 배꼽 주위의 아랫배를 눌러보면 딱딱하게 굳어있고 통증도 있습니다. 또한 생리통이나 만성두통, 소화불량, 피로 등 다른 증상도 동반하고 있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현대인들의 70% 이상은 간에 열이 있는 상태입니다. 이는 식습관, 스트레스, 생활습관 등에서 열이 쌓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현대사회는 예전에 비해 음식 섭취의 과잉으로 몸에 열이 많이 생기게 됩니다. 특히 음식의 종류도 자연 그대로를 섭취하기 보다는 가공식품, 기름진 음식, 인스턴트, 과자, 빵 등을 많이 먹습니다. 이러한 음식들은 모두 간에 열을 쌓이게 합니다. 음식을 먹으면 장에서 소화된 후 가장 먼저 간으로 가기 때문입니다.
또한 간은 스트레스에 취약합니다. 짜증, 분노와 같은 감정은 심장과 간에 열이 쌓이게 합니다. 마음을 편히 가지고 노하지 않는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좋지만 현대사회에서 그렇게 살기가 어려우니 간열이 쌓여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음주나 불규칙한 생활습관도 마찬가지로 간열의 원인입니다. 그래서 자궁질환이나 난임치료를 할 때는 간열을 내려주는 것부터가 시작이고 체열-체액의 균형을 잡아주고, 어혈을 풀어주면서 치료해야 합니다.
임신의 과정은 땅에 씨앗이 뿌려져 싹이 트고 자라나는 것과 같습니다. 토양이 비옥하고 온도, 습도가 적합해야 일단 싹이 틀수가 있듯이 여성의 몸도 체열과 체액의 균형이 적당하고, 어혈이 없이 건강한 몸을 회복하면 임신이 가능합니다. <자임당한의원 정현재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