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사채왕’ 前 내연녀 “최민호 판사, 집 찾아와 ‘이제 신경쓰지 마세요, 형님’”

‘명동 사채왕’ 前 내연녀 “최민호 판사, 집 찾아와 ‘이제 신경쓰지 마세요, 형님’”

기사승인 2015-04-06 18:48:55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일명 ‘명동 사채왕’의 전 내연녀가 최민호(43·사법연수원 31기) 전 판사가 청탁을 실제로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최 전 판사는 ‘명동 사채왕’ 최모(61·구속기소)씨로부터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현용선 부장판사) 심리로 6일 열린 최 전 판사의 재판에서 최씨의 전 내연녀 한모(58)씨는 검찰 증인신문에 “최 전 판사가 당시 (담당 판사에게) 잘 얘기해준 덕분에 최씨와 내가 구속될 뻔했다가 무죄를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씨는 사채왕 최씨와 2008년 11월 기소된 사건에 대해 잘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며 최 전 판사에게 돈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그는 최씨와 함께 최 전 판사를 네 차례 찾아가 돈을 건넸고, 최 전 판사가 자신과 최씨가 사는 집을 두 차례 찾아온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한씨는 가장 큰 금액인 3억1000만원과 3억원을 건넨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한씨는 “최 전 판사가 법관 임용 전 연수원에 있을 때 찾아가 연수원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내가 최씨 지시로 미리 준비한 현금 1000만원과 최씨가 직접 준비한 수표 3억원을 건넸다”고 기억했다.

또 “마약 사건으로 기소된 뒤 얼마 있다가 청주에 있는 최 전 판사에게 함께 갔다. 최씨가 ‘지금 민호가 주식하는 데 돈이 필요하단다’고 해서 ‘그냥 (계좌로) 부쳐주면 안 되냐’고 했더니 ‘(직접) 가야 된다. 3억만 꺼내와라’라고 해서 1억원짜리 수표 3장으로 가지고 갔다”고 말했다.

한씨는 이후 최씨가 재판을 받을 당시 최 전 판사가 최씨의 집을 방문해 “이제는 신경 쓰지 마세요, 형님”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최 전 판사 측 변호인은 “최씨가 사건 무마를 위해 로비해달라고 한 것이 아니라 알아봐 달라고 부탁한 것이 아니냐, 로비를 해주는 것과 알아봐 주는 것은 다른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최 전 판사의 변호인은 또 “최씨가 무죄를 받은 이유는 사건 관련 증인의 진술이 번복됐기 때문이고 2심과 대법원에서도 같은 판결이 나왔다”며 최 전 판사가 청탁을 들어준 게 이유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최 전 판사는 ‘명동 사채왕’으로 불리는 최씨로부터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자신과 관련된 형사사건이 잘 처리되도록 법원·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2억6864만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지난 1월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최 전 판사가 총 6억여원을 받았지만 3억여원을 갚았다고 보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만 혐의를 적용했다.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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