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이성애 경남도의원이 보여준 ‘정치 기억상실증’

[이슈 인 심리학] 이성애 경남도의원이 보여준 ‘정치 기억상실증’

기사승인 2015-04-07 12:49:02

"이성애(사진) 경남도의원이 일명 ‘문자메시지 파문에’ 대해 6일 해명했다. 이 의원은 최근 ‘무상급식 재개’를 호소하는 학부모의 문자메시지에 “문자 남발할 돈으로 급식비 당당하게 내세요”라고 답신을 보낸 사실이 공개돼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대한 이 의원 해명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문자를 보낸 학부모가) 앞뒤 다 잘라먹고 그 부분만 캡처를 했더라. 그 분도 연달아서 (문제의 답신을 보내기 전) 6번 문자를 보내왔다. ‘이 분도 또 시작이구나’ 싶어서 순수한 학부모가 아니고 ‘이 분도 이런 식으로 해서 마지막에 가서는 욕설을 하고 마무리 짓는 그런 분이구나’ 싶어가지고 제가 (그런) 답을 한 것”

이에 불구하고 이 의원의 답신에 대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심리학 용어로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아는 것이 바로 ‘기억상실증(amnesia)’다.

심리학에서는 기억상실증을 다섯 가지로 나눠서 분석한다. 새로운 정보를 받고 단기기억이 되지 않는 것을 전향 기억상실증(anterograde amnesia)이라고 한다. 반대로 장기 기억 상실증을 역행 기억 상실증(retrograde amnesia)이라고 한다. 특정한 사건에 대한 기억을 상실한 것은 일부 기억 상실증(lacunar amnesia)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의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유아 기억 상실증(childhood amnesia)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기억을 상실하는 것을 완전 기억 상실증(global amnesia)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이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는 것 같다.

이 의원의 당시 상황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걸 생각해보자.

정치인들은 선거전이 한참 진행될 땐 귀찮은 티 한 번 안 내고 생글 생글 웃으며 유권자들의 손을 잡고 악수한다. 말하는 건 또 어떤가. 한마디 한마디가 자신은 한 없이 마음이 열린 사람이라는 걸 강조한다. 자신의 의견과 생각을 국민들과 공유하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을 태세이다.

그런데 당선이 된 후엔 바뀐다. 당선 전에는 그 유권자가 어떤 사람인지, 그 사람이 자길 얼마나 귀찮게 하는지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온화하고 차분했다. 그런데 가슴에 베지를 달고 나면 자신에게 얘기하고 있는 유권자가 순수한 사람인지 불순한 사람인지 구분하려 한다. 그리고 자신이 들어줄 수 있는 말의 선을 정한다.

한마디로 ‘유권자’가 아닌 ‘무권자’로 보고 귀찮아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단 며칠 혹은 몇 달 만에 국민이 누구인지를 잊어버리는 것은 ‘정치 기억 상실증’이라는 또 다른 기억 상실증 종류에 넣어야 할 것 같다.

이 의원의 태도도 바로 이런 기억상실의 문제를 드러냈기 때문에 국민들의 질타를 받는 것이다. 학부모들의 생각이 자신과 다르다 하더라도 선거를 치르던 기간에 보였던 낮은 자세가 아닌 권력을 가진 높은 자세를 보였다는데 국민들이 실망을 한 것이다.

심리학 용어 중에 ‘뮌히하우젠 증후군(munchhausen syndrome)’이라는 게 있다.

이 용어는 1720년 독일인 뮌히하우젠이라는 사람이 군인, 사냥꾼, 스포츠맨으로 자신의 일들을 거짓말로 꾸며서 사람들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각색, 1793년에 ‘뮌히하우젠 남작의 모험’이라는 책을 출판하면서 생겨났다. 거짓말을 병적으로 하는 ‘허언증’이 바로 이 사람의 이름에서 유래된 뮌히하우젠 증후군이다. 정치인들은 선거 유세를 할 땐 국민의 말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한다. 하지만 선거 후에 귀를 닫고 권력이라는 독배를 기울인다. 국민의 손과 발이 되어 섬기겠다고 하지만 손과 발을 묶고 정치인들 자신들의 결정을 섬기고 따르라고만 한다.

선거의 ‘후보자’를 영어로 ‘candidate’이라고 한다. 이 말의 어원은 라틴어 ‘흰, 하얀’이라는 뜻의 ‘candidus’에서 유래됐다. 로마 공화정의 후보자들은 자신들의 행동과 마음이 깨끗하다고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서 흰옷을 입었다. 선거만 끝나면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뮌히하우젠 증후군’ 정치인들과 유권자를 무권자로 보는 기억상실증 정치인들에게 이불에 오줌 싸면 키를 머리에 쓰고 소금을 얻으러 가게 한 전통처럼, 국회에서는 흰옷을 입혀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어오라고 시켜야 할 때가 오길 바란다.

권력을 가진 정치인들이 낮은 자세로 봉사하게 만들려면 국민들 스스로가 ‘기억상실증’에 빠지면 안된다. 국민들은 무권자가 아닌 ‘국가의 주인인 유권자’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재연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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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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