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허태열, 유정복, 홍문종, 홍준표, 부산시장”…성완종 리스트, 수사 가능한가

“김기춘, 허태열, 유정복, 홍문종, 홍준표, 부산시장”…성완종 리스트, 수사 가능한가

기사승인 2015-04-10 13:49:55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자원외교 비리 의혹 수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의 바지 주머니에서 발견된 일명 ‘금품 메모’가 메가톤급 폭풍을 몰고 오고 있다. 단연 관심사는 메모 속 인물들에 대한 수사 가능 여부다.

10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임관혁 부장검사)에 따르면 전날 성 전 회장의 시신을 검시하는 과정에서 김기춘·허태열 전 비서실장 등의 이름과 특정 액수가 적힌 쪽지가 발견됐다.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직전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2006년 9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미화 10만달러를 건넸고 이어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허태열 전 비서실장(당시 캠프 직능총괄본부장)에게 현금 7억원을 전달했다”고 말한 내용이 메모로 확인된 셈이다.

또한 종합편성채널인 채널A는 이날 메모에 ‘유정복 3억, 홍문종 2억. 홍준표 1억, 부산시장 2억, 허태열 7억, 김기춘 10만달러’ 등이 적혀 있으며, 이병기 현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완구 국무총리의 경우 금액은 없이 이름만 기재돼 있다고 전했다.

성 전 회장이 이들에게 돈을 건넨 것이 사실이라고 가정한다면 수사 착수를 위해 가장 먼저 따져봐야 할 것은 공소시효다.

법조계에서는 성 전 회장이 김기춘 전 실장 등에게 건넨 돈의 성격을 뇌물로 볼 것인지 정치자금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사건의 전개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선 경선을 전후한 시점에 건네진 금품인 만큼 이를 불법정치자금으로 본다면 공소시효가 이미 지나 기소가 불가능하다. 정치자금법은 공소시효가 7년이어서 2006∼2007년에 이뤄진 일이면 시효가 이미 지났다.

그러나 뇌물죄를 적용한다면 달라진다.

뇌물죄 공소시효는 7년이지만 수뢰액이 3000만원 이상이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돼 공소시효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최진녕 전 대한변협 대변인은 “2006년에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면 당시 기준으로 특가법상 뇌물죄의 공소시효는 10년으로 아직 시효가 남아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의 말대로 김기춘 전 실장에게 2006년 9월 돈을 건넸고, 여기에 특가법상 뇌물죄를 적용한다면 내년 6월까지는 검찰이 수사를 진행해 기소할 시간이 남아있는 셈이다.

다만 금품수수 당사자로 지목된 김기춘·허태열 전 실장이 관련사실을 전면 부인하는 상황에서 녹취록과 메모만으로 당사자들을 기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법조계 관계자는 “뇌물죄를 적용한다면 대가관계를 입증해야 하는데 성 전 회장이 숨진 상황에서 이를 입증할 다른 증거가 나오지 않는다면 기소까지는 힘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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