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진실? 거짓?…성완종 쪽지로 본 ‘유서의 심리학’

[이슈 인 심리학] 진실? 거짓?…성완종 쪽지로 본 ‘유서의 심리학’

기사승인 2015-04-12 15:33:55

"성완종(사진)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의 원인에 대해 ‘에로스와 타나토스’로 분석한 이후 주변에서 또 다른 주제로 끊임없이 질문을 해왔다. 질문의 핵심은 ‘유서’에 쓰인 내용이 (심리학적 관점으로 봤을 때) 사실인지 거짓인지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엄격히 말하자면 유서는 유족들이 가지고 있어서 확인할 수 없다. 이보다는 주머니에서 발견된 쪽지의 내용이 주된 관심일 것이다. 그래서 심리학적 관점에서 ‘쪽지’와 관련해 분석해 보도록 하겠다.


추리(推理)를 하는 것과 심리(心理)를 아는 것은 다르다.

추리는 눈에 보이는 물질의 결을 살펴보는 것을 말한다. 반면에 심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의 마음의 결을 살펴보는 것을 말한다. 성 전 회장이 남긴 쪽지 그리고 그 위에 적혀있는 내용과 성 전 회장의 마음의 결을 연결하는 것은 쉬우면서도 어렵다. 자살할 때 남기는 유서나 쪽지와 그 사람의 마음을 연결하는 일은 쉽게 보이지만 어렵기도 하다.

유서는 ‘잘라서 내려놓는 것’을 말한다.

유서(遺書)를 ‘유언을 적은 글’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유(遺)’는 귀한 것(貴)이 쉬엄쉬엄 떠나간다(?)는 의미를 갖는다. 즉 자살하기 전에 남기는 유서나 쪽지는 자신이 생에 가장 중요한 것을 종이위에 급하게 써내려 가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내려놓으며 버린다는 뜻이다. 영어로 유서는 ‘will’이다. 조동사로 많이들 알지만 명사로는 ‘유서’로 사용된다. 어원은 옛 독일어인 ‘wiljon’에서 왔다. 그 뜻은 ‘결심(decision)’이다. 자살(suicide)은 스스로를(sui=self) 죽이는 것(cide=cut)이지만 결심(decision)은 혼란스런 마음을 잘라서(cide=cut) 내려놓는 것(de=down)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유서는 ‘결심’이고 결심은 자신의 마음을 정리해서 내려놓는 것을 말한다.

유한양행 유일한 박사는 자신의 유서에 자신의 주식은 학교에 기증하게 했다. 또 아들과 조카를 해고시키고 회사는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라고 유서를 썼다. 보통의 사람들이 자신의 남은 재산을 자식에게 남겨주는 유서와는 다른 결심의 내용이다. 그래서 특별한 사람의 유서로 우리는 기억한다. 보통 사람들의 유서든 특별한 사람인 유일한 박사의 유서든 자신들의 삶을 마무리하면서 남긴 ‘유서’에서 자신들의 마음을 정리해서 내려놓는 ‘결심’을 적었다. 그 만큼 혼란스런 마음을 잘라서 내려놓는 것은 힘든 일이다.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트(Freud)는 인간의 무의식 안에는 삼층의 결이 있다고 했다.

가장 밑에는 원초아(Id), 그 위에는 자아(Ego), 그리고 그 위에는 초자아(Super-ego)가 있다고 했다. 원초아는 본능적인 무의식의 나이고, 자아는 현실적인 나다. 그리고 초자아는 도덕적인 나를 말한다.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등 기업인으로서 자살한 경우를 보면 경제적인 이유를 떠나 ‘도덕성’에 대해 누구보다도 스스로에게 엄격했던 사람들이다. 아마 성 전 회장의 자살과 유서도 어머니에게서 받은 도덕적 억압에서 나온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어려웠던 시절에 받았던 도움을 사회에 되돌려 주라”는 어머니의 유훈을 실천하려고 장학재단을 만들지만 그가 가장 두려웠던 것은 바로 도덕성의 오해였다.

성 전 회장은 “장학생들이 내가 세금 떼먹은 돈으로 장학금 준 것으로 오해하지 않겠느냐”라고 동생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성 전 회장이 유서에서 어머니 묘소 옆에 묻히고 싶다고 부탁한 것은 마지막 도덕성의 초자아를 드러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성 전 회장의 유서와 쪽지에 적혀있는 ‘내용’이 그가 마지막 가는 길에 자신의 혼란스런 마음을 잘라서 내려놓은 것이라면 스스로는 덜 혼란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그가 떠난 이 세상에 쪽지에 나온 사람들을 직접 손으로 뽑은 국민들에게는 더 큰 혼란을 주고 갔다.

이재연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 교수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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