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현섭 기자] 김성근 감독의 말대로라면 황재균의 착각입니다. 반대로 황재균(사진 맨 오른쪽)의 말대로라면 김 감독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팬들을 상대로 대놓고 거짓말을 한 거죠.
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 전에서 나온 ‘빈볼 사건’이 점입가경입니다. 이날 롯데 내야수 황재균은 4회와 5회말 각각 한화 투수 김민우와 이동걸에게 연속으로 사구를 맞았습니다. 특히 이동걸의 경우 두 번 연속 몸쪽으로 바짝 붙은 공을 던진 후 나온 사구였습니다.
이에 황재균은 일부러 맞혔다는 판단 하에 마운드로 향했고, 결국 더그아웃에 있던 양팀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로 뛰어 나오는 ‘벤치 클리어링’으로 이어졌죠.
사실 몸에 맞는 볼이나 빈볼은 경기를 하다 보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사건 이후 맞은 측과 맞힌 측의 주장이 엇갈리며 팬들의 눈살만 더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친 사람도 없기 때문에 사실을 ‘쿨하게’ 전하고 잘못한 측이 사과하면 끝날 문제를 오히려 더 키워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경기 후 야구 팬들 사이에서는 한화 더그아웃, 즉 김 감독의 고의 지시 의혹이 나왔죠. 사구를 던진 모습 자체가 고의성이 짙어 보였고, 김민우와 이동걸의 입지 등을 봤을 때 감독의 지시 없이 독단적으로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건 납득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의혹을 일축했습니다. 그는 13일 언론 인터뷰에서 특히 논란이 큰 이동걸 투구에 대해 “제구가 안 돼 1구, 2구 볼 다음에 맞은 것 아닌가. 현장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빈볼을 지시한 적도 없고, 이동걸도 일부러 맞힌 게 아니란 뜻, 한 마디로 ‘사건’이 아니라 ‘사고’라는 겁니다.
하지만 황재균의 ‘증언’은 정반대입니다. 황재균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맞히려는 의도가 너무 뻔해 보였다”며 “오히려 맞혀라는 생각으로 3구째는 아예 ‘배터박스’ 앞으로 갔다. 그런데 정말 몸쪽으로 공이 와 맞으니 웃음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5회말 이동걸이 던진 공에 맞았을 때의 상황이죠. 이때 황재균은 방망이를 내려놓은 후 쓴웃음을 지으며 이동걸 쪽으로 성큼 성큼 걸어갔습니다.
자, 그럼 이제부터 생각나는대로 가능성이란 가능성은 다 말해보겠습니다.
김 감독의 주장대로라면 황재균은 투수의 제구가 안 된 것을 의도적으로 맞혔다고 착각한 겁니다.
타석에 선 타자들은 투수가 던진 공에 맞았을 때 제구가 안 되거나 던지는 순간 공이 손에서 빠진 것인지, 일부러 자신의 몸을 향해 던진 것인지 안다고 합니다. 야구중계를 보다 보면 타자들이 세게 맞아 고통스러워하면서도 투수에겐 화를 안 내거나, 살짝 맞아도 투수를 바로 째려보는 장면이 나오는 게 ‘실수’인지 ‘공격’인지 타자들은 바로 알기 때문입니다.
물론 언제든지 착각을 할 수 있죠. 그런데 황재균은 올해 프로 10년차(2006년 현대 유니콘스 2차 3순위 지명)입니다. 이런 타자가 그런 걸 잘못 볼까요. 사람이기 때문에 10년 차든, 20년 차든 단언은 할 수 없겠지만 말입니다. 혹시 빈볼이 아니었다는 걸 알면서 ‘기싸움’을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 야구판에서 ‘김성근’을 상대로? 가능성은 매우 낮겠지만 그렇다면 황재균의 배짱은 정말 대단하네요.
반대로 황재균의 말이 맞다면 김 감독이 인터뷰에서 거짓말을 한 것 밖에 안 됩니다. 논란이 된 사안을 두고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거짓말을 한다는 건, 곧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팬들을 향한 거짓말입니다. 김 감독의 경우 자신을 ‘야신(野神)’이라고 떠받들어 주고 열광하는 팬들이 많기에 거짓말이라면 더욱 실망스럽습니다.
만일 이동걸의 독단적인 빈볼이며 선수 사기를 위해 대외적으론 “제구가 안 됐다”고 거짓말을 해주는 거라면, 이 역시 옳은 처사로 보이진 않습니다. 감독으로서 대신 사과하고 이해를 구하는 모습을 팬들은 더 바랄 겁니다. 혹시 이동걸의 빈볼을 김 감독이 제구력이 흔들렸던 걸로 착각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어찌 됐건 자꾸 나빠지기만 하는 건 결국 팬들의 기분이네요. 숨기기만 하다 대강 그냥 넘어가려는 어느 한 쪽 때문에 꼭 무시당하는 것 같아서.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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