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주기] 눈물을 닦아주겠다 하지 말고 함께 눈물을 흘려주세요

[세월호 1주기] 눈물을 닦아주겠다 하지 말고 함께 눈물을 흘려주세요

기사승인 2015-04-16 11:23:55
사진=국민일보 김지훈 기자

"4월 16일, 세월호 1주기 추모합니다.

비정상이 정상인 시대…

옳은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말수를 줄이고 옳지 않은 말을 하는 인간들이 말수를 늘린다. 정상이 많아야 이 시대의 배는 정상적인 항해를 할 수 있겠지만 비정상이 많은 이 시대는 오히려 정상이 비정상이 된다.

세월호의 아픔을 표현할 때마다 언어의 한계를 느낀다. 울어도 기쁨을 간직하고 웃어도 슬퍼질 수 있는 것이 마음을 가진 인간의 기쁨이지만 울어야 슬프다하고 웃어야 기쁘다하는 것은 언어를 가진 인간의 비극이다. 비극을 피하기 위해 생각을 한다.

생각을 오래 하다보면 간격이 생긴다. 생각의 간격은 마음에게 앉을 자리를 내어준다. 어떤 것에 오랫동안 마음을 담아 생각하면 그것은 나의 일부가 된다. 일부가 되는 것은 생각과 마음이 서로 마주 보는 것을 말한다. 생각과 마음이 따로 노는 것은 서로 앉아서 진심을 나눌 시간을 가지지 않기 때문이다.

류시화 시인은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사람의 머리와 가슴까지의 30센티밖에 안 되는 거리”라고 했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은 “나의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데 60년이란 세월이 걸렸다”고 고백했다. 이처럼 생각이 마음에게 자리를 내어주기가 힘들지만 한 번 내어주면 일부가 된다.

세월호 사건의 피해도 1년이라는 생각의 간격이 생겨 국민들의 마음이 들어가 앉아 일부가 되었다. 이제는 세월호 사건의 아픔은 피해자들만의 전부가 아니라 우리의 일부가 됐다. 아픈 곳에는 반창고를 붙여야지 돈을 붙이면 돈독이 오른다. 아픔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사고파는 개념이 아니다. 영어로 ‘buy’는 눈에 보이는 물건을 살 때 사용하는 말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살 때는 ‘buy in’을 사용한다. ‘가치’를 사려면 돈이 먼저가 아니라 안에 들어가서 어디가 아픈지 확인부터 해야 한다.

열정(passion)은 아픔(passio)의 어원이다. 정부가 세월호 피해가족들에게 돈으로 보상해주는 자체가 잘못이 아니라 그 이전에 함께 아픔을 공유해야한다. 정부가 도와주려는 열정(passion)을 보이지 않은 것이 아니라 국가의 책임자로서 함께 느껴야할 아픔(passio)을 먼저 공유하지 않는 것이 잘못된 것이다.

모두가 아픈데 국가의 부모인 대통령이 외국 순방길에 올라 같이 아파해주지 않는 것 자체에 진심을 느끼지 못해 더 아픈 것이다. 분명 우리나라는 사방이 바다이기 때문에 어디서든 물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목이 마르다. 바다 속 사막에 사는 국민들은 스스로 눈물 흘려 모은 것을 나눠 마시고 있다. 국민들은 늘 눈물을 정치인들에게 나눠 마시자고 말하지만 그들은 눈물보다는 장물에만 손댄다. 그러고는 절대 손댄 적 없다고 하지만 결국 작은 종이조각에 눈물을 흘리며 후회한다.

정치인들이 흘리는 악어의 눈물에 국민들은 더 이상 받아줄 생각의 간격에 앉을 자리가 없다. 그 자리에 국민들끼리 앉아 위로하기도 바쁘기 때문이다.

봄가을만 되면 사람들은 만개한 꽃을 보거나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마음을 치유 받는다. 반대로 사람이 자연이 되고 풍경이 되고 꽃이 되어 서로를 치유할 수 있는 사람풍경, 사람자연, 사람꽃이 넘치길 바란다.

세월호 1주기 이틀 전부터 하늘은 울기 시작했다. 바쁘게 떨어지는 비…. 내 마음 보다 더 바쁜 빗소리를 들으며 질문한다. “왜 그리 바삐 떨어져?” 떨어지는 비는 나에게 이렇게 대답 한다 “내 안에 내가 너무 많아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나도 내 안에 나를 잠시 떨어트려본다. 떨어지는 비와 함께…. 기쁨은 아픔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눈물 흘려주는 것임을 알기에….

세월호 1주년에 국민들의 눈물이 흘러 흘러 바다까지 달려가 그들과 함께하길 마음 모아본다.

이재연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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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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