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궁금해 하는 국민에게 “가서 커피나 마셔”라고 한 전직 대통령 이명박

[친절한 쿡기자] 궁금해 하는 국민에게 “가서 커피나 마셔”라고 한 전직 대통령 이명박

기사승인 2015-04-22 15:10:55
JTBC 뉴스 화면 캡처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지난 20일 대구 달성군 낙동강 강정고령보를 찾았습니다. 이 곳은 그가 임기 중 추진한 4대강 정비사업의 최대규모지(길이 953.5m, 저수량 1억800만t)입니다.

1박2일 일정으로 대구상공회의소 만찬 간담회 참석차 대구를 방문한 길에 이 곳을 방문한 이 전 대통령은 전날부터 쏟아진 비로 기상 여건이 나빠진 탓에 강정고령보 위를 직접 지나는 대신 인근에 위치한 보 홍보관 디아크에서 보 일대를 둘러봤습니다. 사실상 ‘나들이’였습니다. 표정을 내내 밝았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전 대통령은 요즘 이렇게 웃을 처지가 아닙니다.

일명 ‘성완종 리스트’를 남긴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자원외교’ 관련 비리 의혹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성 전 회장은 억울함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MB맨’으로 불리는 것과 관련해 “난 오히려 이명박 정부의 피해자”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성 전 회장과의 친분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지역을 방문한 게 아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한 기자가 이동하는 이 대통령을 따라오며 ‘자원외교에 대해선 왜 한 말씀도 안 하시느냐’고 물어봤습니다. 이 질문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이 ‘반말’로 한 대답은 이렇습니다.

“듣고 싶은 얘기를 하루종일 따라다녀도 못 들어, 가서 빨리 커피나 마셔”

이 전 대통령이 집권 당시 자원외교 정책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나라를 발칵 뒤집어놓은 이번 사건의 ‘단초’에서 그도 절대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성 전 회장과 이 전 대통령의 연관성을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자원외교에 대해 말해달라고 한 기자 역시 이 관점에서 물어본 것임이 분명합니다. 자신이 개인적으로 궁금한 게 아닙니다. 그리고 모든 기자가 질문을 고르고 생각하는 근거는 독자가, 시청자가, 청취자가, 결국 국민이 궁금해 할 만한 것입니다. 대신 물어보고, 대신 전달하기 위해, 그래서 ‘전문가와 일반 국민의 사이’에 있는 게 바로 언론입니다. 지겹도록 언론을 상대하고 살아온 이 전 대통령이 ‘언론학 개론’ 수준의 사실을 모를리가 없습니다.

결국 이 전 대통령은 ‘(이 시점에서) 자원외교에 대해 한 말씀 해 달라’고 물어본 국민에게 “가서 빨리 커피나 마셔”라고 대답한 거나 다름 없습니다.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이란 게 있습니다.

총 9개 조, 16개 항으로 된 이 법률엔 지급 당시의 대통령 보수연액(報酬年額)의 100분의 95에 상당하는 금액으로 연금을 주고, 비서관 3명과 운전기사 1명을 둘 수 있고, 필요한 기간의 경호 및 경비를 제공하고, 교통·통신 및 사무실 제공 등의 지원을 해 주고, 본인 및 그 가족에 대한 치료 등 전직 대통령에게 국가가 해줘야 할 여러 내용이 정리돼 있습니다.

국가가 해준다는 건 곧 ‘혈세’가 들어간다는 말입니다. ‘혈세’를 들여 예우를 해 준다는 건 일방적 예우가 아닐 겁니다. 전직이라도 한때 국가의 수장이었던 인물로서 최소한의 책임과 의무는 있다는 의미일 겁니다.

그 책임과 의무를 한마디로 정리할 순 없겠지만, 최소한 (근거없는 인신공격이나 명예훼손성이라면 몰라도 그것도 아닌) 언론의 질문에 “커피나 마셔”라고 대답하는 건 아닐 겁니다.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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