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자유학기제 하면 사교육 줄까?” “아니요”…또 다른 사교육 조장?

[기획] “자유학기제 하면 사교육 줄까?” “아니요”…또 다른 사교육 조장?

기사승인 2015-04-24 13:09:55
교육부 자유학기제 홍보영상 캡처

[쿠키뉴스=이다겸 기자] “학교에서 자유학기제를 시범운영한다고 하니까 반 친구 한 명은 옆 학교로 전학을 갔어요. 성적이 떨어질까 걱정한 것 같아요.”

2014년 자유학기제를 직접 경험한 서울시 은평구 소재 중학교에 다니는 2학년(당시 1학년) 학생의 전언이다.

교육부가 2016년부터 모든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를 전면 시행하기 위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자유학기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유학기제란 학생들이 중간·기말고사를 보지 않는 대신 토론·실습수업이나 직장 체험활동과 같은 진로교육을 받는 제도다. 한 학기 동안만이라도 시험 부담 없이 자신의 꿈과 끼를 찾는 진로탐색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국·영·수 같은 주요과목 수업을 아예 안하는 건 아니에요. 오전에는 예전처럼 수업하고 오후에 두 시간씩 자기가 선택한 활동을 해요. 우리학교에서는 제과·제빵, 영화감상, 볼링, 목공 등에서 선택할 수 있었어요. 가끔 박물관에 가기도 했고요. 또 유치원 교사 실습, 녹음실 방문, 신문사 방문 등을 통해 직업체험을 하는 기회도 있었고요.”

학생들은 오전시간에 기본교과를 20~22시간 배운 뒤 4가지 운영모형(진로탐색, 학생 선택 프로그램, 동아리 활동, 예술체육 등)에 따라 오후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처럼 자유학기제의 목적은 청소년들이 꿈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직접 경험한 학생들은 생각은 어떨까.

“저는 가수가 되는 것이 꿈인데 자유학기제 기간에 녹음실에서 제 목소리를 녹음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요. 상상만 했던 일이 현실이 된 거죠. 직접 해보니까 너무 좋았고, 미래에 원하는 직업을 미리 체험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사실 진로를 찾기 위한 활동이라기보다 친한 친구들끼리 같은 프로그램을 신청해서 노는 경우가 많았어요. 프로그램들이 예체능 쪽에 치우쳐져 있어서 한 반에 한 두 명 정도만 자신이 원하는 진로를 체험해 볼 수 있었고, 대부분의 학생들에게는 특별히 도움이 된 것 같지는 않아요.”

긍정과 부정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자유학기에는 중간·기말고사가 따로 없으며 고입 내신에도 반영되지 않는다. 다만 형성평가 및 수행평가 등 과정 중심의 평가를 실시하고, 학생부에는 ‘학생의 꿈과 끼와 관련된 활동 내역’ 중심으로 기록된다.

“시험을 안 보니까 좋기는 해요. 그런데 각 과목마다 3, 4개씩 수행평가를 보면서 총 개수가 거의 20개였어요. 성적에 반영되지는 않지만, 수시로 보는 수행평가 때문에 시험 때보다 더 스트레스가 많아진 것 같다고 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시험을 안 보니까 불안하기도 해요. 당장은 좋을지 몰라도 다음 학기에 성적이 떨어지는 건 아닌가 걱정도 되고요.”

교육부는 자유학기제로 공교육의 변화와 신뢰회복을 꾀하고 학생이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공교육의 신뢰회복이란 사교육 때문에 떨어진 공교육의 권위를 높이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즉 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공교육을 통해 배움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다른 질문에서는 제각각 의견을 내놨던 학생들이 “자유학기제를 하면 사교육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이 대답했다.

“아니요.”

“자유학기제를 한다고 해서 학원을 적게 다닌다거나 하지는 않아요. 절대로요. 학교 주변 학원에서는 자유학기제를 하는 학교 학생들만 모인 반도 따로 만들어졌어요. 다른 학교 학생들이 시험공부를 하는 기간에 우리도 똑같이 공부를 해요. 그리고 학교 대신 학원에서 출제하는 시험을 봐요.”

자유학기제를 시행할 가장 좋은 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었다.

1학년이라고 대답한 학생은 “중학교 1학년이 진로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는 시기”라며 “그 때 다양한 직업을 경험해 보면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2학년이라고 대답한 학생은 “1학년은 막 초등학교를 졸업해 중학교에 적응하기에 바쁘고 3학년은 고등학교 입시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의견을 밝혔다. “진로 선택을 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이고 1,2학년 때보다는 구체적인 진로 설정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3학년 1학기가 좋을 것 같다고 대답한 학생도 있었다.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되기 전 이를 미리 경험해본 학생들이 느끼는 보완해야할 점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지금 학교에 있는 프로그램들은 예체능 쪽으로 치우쳐져 있는 경향이 있어요. 예체능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종류의 프로그램을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현장에 가서 직업을 체험하는 수업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사실 저희들은 현장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자세히 모르잖아요. 저번에 신문사로 직업체험을 갔는데 이 직업을 선택하면 나중에 어떤 일을 하는지 직접 볼 수 있어서 궁금증이 많이 풀렸어요. 다른 곳에도 직업체험을 가보고 싶어요.”


“수행평가가 너무 많아서 부담돼요. 수행평가를 좀 줄였으면 좋겠어요. 이왕 진로탐색을 위해 시작한 거라면 그 목적에 맞게 공부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면 좋겠어요.”

한양대학교 박주호 교육학과 교수는 자유학기제를 도입하면서 또 다른 형태의 사교육이 만들어지는 것에 대해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암기해서 시험 보는 인지위주의 교육이 중요시됐던 우리나라에서 정서·인성에 중점을 두는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면서 오는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자유학기제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취지는 좋지만 프로그램을 어떻게 운영하는지가 중요하다”며 “제대로 운영되기만 한다면 학생들의 정서·인성 교육이나 진로탐색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plkplk123@kukinews.com
이다겸 기자
plkplk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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