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To 장동민, 타인의 ‘상처’를 가지고 개그를 하면 안 되는 이유

[이슈 인 심리학] To 장동민, 타인의 ‘상처’를 가지고 개그를 하면 안 되는 이유

기사승인 2015-04-28 09:48:55

"“그래가지고 오줌 먹는 사람들 동호회가 있어, 동호회. 그래가지고 옛날에 삼풍백화점 무너졌을 때 뭐 21일 만에 구출된 이 여자도 다 오줌 먹고 살았잖아. 그 여자가 (오줌 먹는 사람들 동호회) 창시자야, 창시자.

개그맨 장동민씨가 팟캐스트 ‘꿈꾸는 라디오’에서 한 이 발언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전 여성비하 발언에 이어 또다시 붉어진 장동민 ‘조롱 2탄’인 셈이다.

2013년에도 장동민은 동료인 유세윤의 음주운전 후 복귀에 대한 질문에 “범죄자랑 하기 싫다. 제가 이미지 관리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제 이미지도 안 좋아질 것 같다”고 농담을 했다.

JTBC ‘마녀사냥’에서 장동민은 “상무도 힘들었는데 잘 되고 있다. 뭐, 부모님 이혼도 하시고”라고 농담했다. 이렇게 옹달샘으로 같이 활동하는 장동민, 유세윤, 유상무 세 사람은 서로에 대한 가정사나 개인사의 아픔을 개그에 사용하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어왔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만드는 웃음은 그것을 시청하는 대중들과 옹달샘 멤버들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남기게 된다.

많은 아픔의 과거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마음의 상처를 거의 받지 않고 살아온 사람 중에 새로운 마음의 상처를 가진다면 누가 더 아플까?

정답은 이미 과거에 아픔을 많이 겪은 사람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은 많이 아파봤으니까 또 다른 아픔을 쉽게 이겨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마음 아픈 사람에게 또 다른 아픔을 주면 과거에 겪은 아픔의 정도에 더 큰 울림을 주게 된다. 보통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경험이 뇌 속의 생화학적 작용을 왜곡시킨다. 그 결과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고 점점 더 신경이 예민해진다. 성인이 되면 사소한 스트레스까지도 호르몬 방출 체계를 무너뜨리고 온몸이 경보 태세가 되고 무기력해지고 또 우울해진다.


반대로 마음의 상처를 거의 받지 않은 사람은 새로운 상처를 주면 마음 안에서 상처를 받지 않으려고 거부하고 방어한다. 스스로 ‘자가치료’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심리적’ 관점에서 보면 옹달샘 멤버들이 서로의 아픔을 이야기 하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는 것은 부끄러움과 창피함의 감정이 무뎌질 정도로 서로를 반복적으로 아프게 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는 것이다. 감정이 무뎌지는 것이 제일 위험하다. 아픈데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심리학에서는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구분한다.

부끄러움의 감정은 자기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감정으로 ‘양심’과 함께하는 개념을 말한다. 양심에 가책을 느끼는 내면적 감정을 바로 ‘부끄러움’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반대로 창피함의 감정은 내면이 아니라 타인으로부터 오는 감정을 말한다. 예를 들면, 남들 앞에서 발표를 하고 자리로 돌아왔을 때 바지 지퍼가 열려있는 것을 알게 되면 ‘창피함’을 느끼게 된다. 남이 안본다고 해서 지갑을 훔치거나 비도덕적인 행동을 했을 때 마음속에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은 ‘창피함’이 아닌 ‘부끄러움’이 올라오는 것이다.

장동민의 여성비하발언에 이어 삼풍백화점 생존자에 대한 조롱을 아무렇지도 않게 팟캐스트 방송에서 하는 것은 대중들의 질타로부터 오는 ‘창피함’이 무뎌졌다. 또 스스로도 도덕적으로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부끄러움’까지 무뎌진 것을 알 수 있다. 감정이 무뎌진 것은 그 만큼 스스로의 감정을 조절하는 기능이 망가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망가진 기능을 고쳐주는 것은 대중도 아니고 옹달샘 멤버들도 아니다. 오직 자기 자신이 고칠 수 있는 것이다. 남을 조롱하는 개그를 통해 자신이 행복해지려 하지 말고 의미 있는 개그를 통해 대중들을 행복하게 하겠다는 초심을 되찾기를 바란다.

이재연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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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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