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타고 전국을 돌다 ‘자살’ 홍승만…안일·허술 대응 지적 불가피

‘대중교통’ 타고 전국을 돌다 ‘자살’ 홍승만…안일·허술 대응 지적 불가피

기사승인 2015-04-29 18:09:55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잠적 무기수’ 홍승만(47)씨의 도주 행각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다.

‘전국을 대중교통을 타고 돌아다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다.’

내연녀를 살해해 강도살인죄로 복역하다가 사회적응 차원에서 귀휴를 나갔던 홍씨는 복귀일인 지난 21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친형의 집을 나서 잠적한 뒤 강원과 부산, 울산, 경남 양산 등으로 도주 행각을 벌이다가 8일 만인 29일 경남 창녕의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이같은 ‘전국일주’ 수준의 이동 과정에서 경찰의 추적을 비웃 듯이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따라서 홍씨의 자살로 막을 내린 이번 사건에서 당국의 늑장대응, 교정당국과 경찰 간의 엇박자, 귀휴제도의 허점 등 여러 부분이 도마 위에 오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교정당국은 무기수인 홍씨를 귀휴시키면서 교도관의 동행 없이 가족 보증을 조건으로 4박 5일 일정을 소화하게 했고, 잠적 초반엔 인권과 자체 수사권을 이유로 공개수배를 꺼리기도 했다. ‘뒷북 수배’ 등 안일한 대응으로 일관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더구나 홍씨가 자취를 감춘 21일 이후 택시, 기차,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 것으로 밝혀졌다는 점에서 공개수배가 신속하지 못했다는 게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교정당국은 사건 발생 초기 “홍씨가 교도소에서 성실히 생활했고 모범수였기 때문에 피치 못할 사정으로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얼굴이나 인적사항에 대한 공개를 거부했다. 이후에도 가족에게도 연락이 없는 홍씨의 ‘인권’과 ‘72시간 자체 수사권’ 등을 주장하며 공개수배를 미적거렸다.

또 홍씨가 귀휴 때 머물렀던 경기도내 가족들 거처, 펜팔 애인 집 주변 등에 대한 잠복과 탐문 역시 경찰 수사 협조없이 자체 진행하는 우를 저질렀다. 결국 이렇게 시간이 흐르는 사이 홍씨는 기차와 버스 등을 타고 유유히 서울을 빠져나가 강원도를 거쳐 부산으로 잠입했다.

교정당국은 홍씨의 잠적 이틀 뒤인 23일 오후 뒤늦게 공개수배를 내리면서도 경찰에 적극적인 협조 요청을 하지 않아, 홍씨가 이용한 버스터미널이나 기차역, 택시 등에서 홍씨를 조기에 검거할 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경찰은 교정 당국의 적극적인 협조 요청이 없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경찰 관계자는 “발생 자체가 다른 기관에서 시작된 상황에서 다른 기관이 적극적인 행보를 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교정기관에서 도주 사건이 발생하면 ‘72시간 자체 수사권’을 갖기 때문에 경찰에서는 보조적인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정기관에서 도주사건이 발생했을 때 수사당국과 협조 체계를 좀 더 견고히 하는 제도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귀휴’ 제도는 교정당국이 장기수나 곧 출소를 앞둔 재소자를 대상으로 사회 적응을 위해 시행하고 있다. 대상자의 선정은 귀휴심사위원회에서 전체 재소자 중 귀휴 조건에 맞는 재소자를 상대로 심사를 통해 귀휴 여부를 결정한다.

교도관의 동반 여부도 귀휴심사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원칙상으론 무기수도 귀휴 대상자에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홍씨의 경우 ‘강도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는 점, 가석방이나 감형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교도관의 감시 없이 귀휴를 보낸 것은 교정당국의 명백한 실수라는 지적이다.

전주교도소 관계자는 “홍씨가 장기간 성실히 복역했고 모범수였기 때문에 귀휴 대상자에 포함됐다”며 문제가 없는 결정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수사당국 관계자는 “무기수의 경우 도주 위험성이 크고 만약 도주 뒤 검거가 되더라도 추가 형량에 따른 부담이 적다는 문제점이 있는 만큼 귀휴제도에 대한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afero@kmib.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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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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