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은 ‘아버지 살해’, 아내·아들·딸의 ‘역할 분담’…가정의달 5월의 슬픈 충격

목적은 ‘아버지 살해’, 아내·아들·딸의 ‘역할 분담’…가정의달 5월의 슬픈 충격

기사승인 2015-05-05 22:05:55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경남 사천에서 일어난 남매의 아버지(68) 살해 미수 사건이 가정의 달 5월에 ‘슬픈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경찰은 남매의 어머니(61)도 4일에 이미 구속한 남매와 같은 존속 살인미수 혐의로 5일 구속했다. 범죄 전 마음이 바뀌긴 했지만 공모를 했다고 본 것이다.

경남 사천경찰서에 따르면 A씨 남매는 지난 1일 오전 6시쯤 집 마당에 있는 아버지를 전기충격기로 넘어뜨리고 가스분사기를 얼굴에 분사한 뒤 각목과 철근 등으로 마구 때려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의 범행은 어머니의 만류로 미수에 그쳤고, 중상을 입은 아버지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조사 결과 A씨는 설 명절을 앞둔 지난 2월 8일에 어머니와 누나(35)가 사는 청주에서 같이 범행을 계획했다. A씨와 누나는 10여 년 전 집을 떠나 각각 경기도 안산과 청주의 달세 방과 원룸에서 생활을 해왔고, 5개월 전 집을 나온 어머니는 딸과 함께 살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변변한 직장을 갖지 못해 방세와 가스요금이 수개월째 밀려 경제적 도움을 요청했지만 단 한 번도 들어주지 않았다는 등 아버지에 대한 원망 섞인 대화가 오갔다.

급기야 이들은 아버지가 어릴 적 부터 남매와 어머니에게 폭력을 휘두른 것을 거론하며 ‘살해 후 재산 분배’를 공모했다.

어머니와 남매는 지난달 중순쯤 가장이 사는 집으로 왔다.

집에 오기 전에 A씨는 전기충격기와 가스분사기를, 누나는 수면제와 농약을 각각 샀다. 이들은 물품 구매를 분담했고 농약 명칭까지 상의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경찰은 압수한 남매의 휴대전화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농약 샀다’, ‘전자충격기를 준비했다’는 등 공모 사실이 입증될만한 대화 내용이 확인됐다.

하지만 이들의 범행은 어머니의 만류로 미수에 그쳤다. 어머니는 남매의 범행을 만류했지만 듣지 않자 경찰에 ‘가정폭력’ 사실을 신고했다.

애초 공모는 했지만 수 십년 간 함께 산 남편의 목숨까지 뺏는데 양심의 가책을 느낀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출동한 경찰은 가정폭력 주범으로 지목된 A씨를 조사하면서 단순한 가정폭력으로 보이지 않는 점을 수상하게 여기고 수사를 벌여 남매와 어머니가 공모한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은 우선 남매를 구속하고 어머니를 상대로 공모 여부에 대해 추궁했지만 부인했다.

그러나 경찰은 조사과정에 남매들로부터 “(어머니가) 가시나무를 죽이는 농약이 좋다”는 말을 했다고 한 사실과 어머니가 물품 구입 때 동행한 점 등 공모 사실을 확인했다.

아내와 남매가 가장을 살해하겠다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배경에는 경제적 문제라는 현실적인 급박함과 함께 장기간 폭행을 당했다는 가장에 대한 내재된 분노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A씨가) 우리 형(38)이 있었는데 아버지에게 많이 맞아서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가출했고, 지금까지 행방불명 상태”라고 말을 했다고 전했다.

A씨와 누나도 폭행을 당했고, 어머니도 폭행을 이기지 못해 5개월 전 가출해 딸에게 간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내와 남매가 조사과정에 서로 범행 주도 사실을 떠넘기는 것을 보고 ‘서로 감싸주고 덮어줘야 할 가족끼리 왜 이러나’란 생각이 들어 씁쓸하고 가정의 달이 무색하게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아버지의 재산은 농지와 집을 합해 3억원 정도였다. afero@kmib.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쿠키영상] ‘호박이 신기해!’ 앙증맞은 코기 강아지

[쿠키영상] ‘세상에 이런 아빠가!’ 어린 아들 위해 SF 영화를?

[쿠키영상] 아기와 시베리안 허스키의 서로를 향한 대화"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