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만에 파기된 ‘연금 합의문’…누가 책임지나

나흘만에 파기된 ‘연금 합의문’…누가 책임지나

기사승인 2015-05-07 11:56:55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문은 작성된 지 나흘 만에 휴지통에 버려졌다.

새누리당 김무성,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양당 유승민, 우윤근 원내대표 등 여야 최고 지도부가 모두 나서 합의문에 서명하고 보증을 섰지만 소용 없었다.

4월 임시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가 무산되자 무상보육 지원을 위한 지방재정법, 연말정산 보완을 위한 소득세법 등 민생에 직결되는 법안 처리도 덩달아 멈춰 섰다.

당장 일부 지방에서는 어린이집 지원금이 끊길 형편이고, 연말정산 환급을 받아야 할 근로자도 피해를 보게 되자 정치권을 향한 비난 여론이 거세다.

경중에는 차이가 나겠지만 누군가는 책임져야 할 상황이다.

◇'데드라인 집착' 與…'노조 눈치' 野 = 아무래도 1차적 책임론은 양당 협상팀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사실 새누리당은 공무원을 적으로 돌릴 수 있는 연금 개혁을 선제적으로 추진하면서 명분을 안고 출발했지만, 기한(5월6일)을 정해 놓는 바람에 스스로 협상의 입지를 좁혔다.

공무원연금 논의 중 난데없이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 강화라는 제안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던 배경으로 작용했다.

당내에서조차 '집 팔아서 빚 갚자는데 차를 사느냐'는 비판이 일기 시작했다.

당 지도부는 협상 전략상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국민연금을 건드린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지적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한 의원은 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공무원연금은 국민의 지지를 받기 때문에 우리가 조급할 필요가 없었다""면서 ""그런데도 국가 미래에 중차대한 문제인 국민연금에 연계한 것은 아주 가볍고 경솔한 행태로 협상력 부재를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당도 '자승자박'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4·29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전패하자 공무원 노조를 포함한 전통적 지지층을 더욱 의식해야만 하는 정치적 환경이 조성됐다.

겉으로는 시종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자체 대안을 내는 데 미온적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이 협상에 참여했던 공무원 노조의 편을 드는 듯한 모습을 보인 이유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 강화 방안은 공무원연금 개혁 저지를 위한 '방패막이'라는 여론의 거센 반발에도 공무원 노조와 뜻을 같이했다.

여야 지도부의 합의문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하면서 판은 깨져 버렸다.

협상 주체였던 우윤근 원내대표는 6일 오전까지도 ""명문화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공개적으로 발언할 만큼 유연한 태도를 보였지만, 문재인 대표가 강경하게 나오자 여기에 묻혔다.

당 일각에서도 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초선의원은 ""결과적으로는 소득대체율 50% 명기를 관철하려다가 아무것도 얻지 못한 셈""이라면서 ""더욱 유연하게 협상에 접근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정치력 부재' 지적도 = 애초 공무원연금 개혁 완성 시기를 지난해 말로 설정하고 '속도전'을 주문했던 청와대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집권 첫해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이듬해는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성과가 없다는 안팎의 비판에 조바심을 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정작 협상이 시작되자 당·청간 소통에 앞장서며 정치력을 발휘하는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다. 짐짓 뒤로 물러서 있는듯하다가 여야간 합의문이 나오자 느닷없이 '월권'이라고 한 게 대표적인 장면이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모든 협상 과정을 마지막까지 청와대에 거의 실시간으로 전달했다""면서 ""이 개혁을 주도했던 주체는 청와대였지만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특위 위원으로 협상에 참여한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 의원도 ""김무성 대표나 유승민 원내대표가 합의를 깼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초유의 민주주의 성공사례가 청와대의 몽니, 친박의 반대로 무산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협상 타결이 임박했을 때 정치권으로부터 설명받은 합의문과 실제 실무기구 합의문을 달랐다고 항변하고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7일 오전 춘추관 브리핑에서 ""실무기구 최종합의안에 명목소득대체율 50%가 명기될 것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알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당의 주장을 반박했다. 연합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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