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차 아이돌 그룹 빅뱅에게 더 이상 적수는 없다. 3년 만에 돌아온 싱글 앨범 ‘M’은 발매 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국내 음원 차트 1위는 물론이고 미국 빌보드 ‘월드 디지털 송’ 차트에서 1, 2위에 나란히 오르며 ‘빅뱅 파워’를 입증하고 있다.
‘완전체’ 빅뱅은 오랜만에 돌아온 만큼 팬들과의 만남을 꾸준히 가질 예정이다. 1개월 간격으로 ‘A’ ‘D’ ‘E’ 세 개의 앨범을 더 공개, 9월엔 ‘MADE’ 앨범을 발표한다.
데뷔 초에도 한 달 간격으로 프로젝트 앨범을 발표했지만 당시의 빅뱅과 지금의 빅뱅은 다르다. ‘시켜서 하는’ 게 아닌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지드래곤(권지용·26)은 “데뷔 때는 (우리를)알리는 목표가 컸고 저희가 음악을 만든다기보다는 작곡가 음악을 받았다. 하고 싶은 걸 한다기보다는 시켜서 하는 느낌이 강했다”며 “개인적으로 여유도 없었다. 확실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의 색을 찾아가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힘들었다면, 지금은 구체적으로 (목표나 콘셉트가)잡혀있는 상태에서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상황이라 재밌다”고 설명했다.
데뷔 후 주목을 받고 승승장구한 빅뱅은 만인의 동경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이들은 이번 앨범 타이틀곡 ‘루저(Loser)’에서 ‘I’m a Loser, 외톨이, 센 척하는 겁쟁이, 못된 양아치 거울 속에 넌’이라는 가사로 노래를 부른다. 멤버 지드래곤과 탑(최승현·27)이 ‘루저’ 작사·작곡에 참여했다.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빅뱅 이면의 모습을 노래에 풀어냈다. 지드래곤은 “저희의 외로움은 (남들이 보기에는)배부른 소리라고 할 수 있지만 나름의 고충이 있다”고 했다.
“저희뿐만 아니라 모든 연예계에 종사하는 분들은 관심을 받아야 하고 항상 일거수일투족을 공개해요. 그런 분들 또한 사람이라는 거죠. 저희도 똑같이 꼬집으면 아프고, 웃기면 웃고, 슬픈 거 보면 울고 다 똑같은데 단지 직업이 다를 뿐이에요. 저희가 택한 직업은 가수이기 때문에 노래로 풀어냈죠. 우리 또래들이 느끼는 감정을 각자 경험에 바탕을 둬서 말을 했어요.” (지드래곤)
“지금 사회적인 분위기도 침울하고 자신감이 많이 없는 시대인 것 같아요. 저희가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무대에서 내려가면 무대 뒤는 지옥 같은 때도 있고, 이유 없이 우울한 순간도 있어요. 저희가 이 노래를 부르면 같이 공감할 수 있죠.” (탑)
최정상에 오르기까지 이들에게도 배고픈 시절은 있었다. 연습생 시절 과자를 좋아하던 어린 소년들은 돈이 없어서 데뷔 프로젝트 다큐멘터리를 찍던 PD에게 과자를 사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함께 고생한 시간이 있었기에 멤버들 간의 돈독한 우정을 쌓을 수 있었고, 지금의 빅뱅이 있다고 이들은 말했다.
“우리에게도 힘들고 배고픈 시절이 있었어요. 그것이 지금 우리가 열심히 활동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죠. 처음부터 잘 됐으면 우리가 지금과 같이 긴 시간 동안 열정을 갖고 노래를 하지 못했을 거예요. 데뷔 초반만 해도 우리는 1위 근처에도 잘 못가는 그룹이었어요. 어려운 상황에서 숙소 생활도 오래했고요. 지금도 멤버들끼리 그 시절 이야기를 많이 해요. 그런 시절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더 잘하려고 해요.” (지드래곤)
“각자 고민을 털어놓는 친구가 유일하게 멤버들이에요. 솔직히 멤버들 따지고 보면 각자 친구가 많진 않죠.” (탑)
우리나라 3대 연예기획사 중 하나인 YG엔터테인먼트지만 빅뱅이 데뷔할 때만 해도 회사 사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어려운 상황에서 ‘헝그리 정신’을 배웠고, 뼈저린 고생을 해봤기에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는 선택권이 생겼다고 빅뱅은 말했다.
물론 빅뱅에게도 슬럼프는 있었다. 지드래곤은 재작년 솔로활동을 마친 뒤 곡이 안 써지고 귀찮아지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런 말하기 쑥스럽지만 해답은 멤버들에게서 찾았다”고 했다.
“지난해 말부터 멤버들과 작업실에 모여서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 그때부터 노래가 술술 나오기 시작했죠. 이번에 발표될 곡들은 모두 멤버들과 함께 모인 뒤 4~5개월 동안 작업한 곡들이에요. 작업 방식도 서로 의견을 내놓으면서 자유롭게 이야기하죠. 그렇기 때문에 더 재미있는 것들을 캐치할 수 있죠.” (지드래곤)
“팬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있는 것”이라고 말한 빅뱅은 매달 1일 나올 싱글 앨범 프로젝트를 “팬들에게 전하는 즐거운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힘든 시절을 이겨내고 최고의 위치에 오른 빅뱅의 다섯 멤버들. 그렇다면 빅뱅이 생각하는 ‘정점’은 언제일까.
“이미 왔을 수도 있고, 더한 정점이 올 수도 있죠. 우리가 이를 정해놓는 게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누군가가 ‘빅뱅의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이 뭐냐’고 물으면 ‘다음 곡’이라고 답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 합이 좋고, 여러 상황 상 나이도, 연륜도 쌓인 것 같아요. 지금이 정점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정점을 이루기에 좋은 컨디션은 맞는 것 같아요.” (태양)
“아직까지는 항상 어제보다 오늘이 나았던 것 같아요. 우리가 꼭 성공을 해야 된다는 성향이 강한 그룹은 아니죠. 대신 정말 좋아서 음악을 하고, 즐기기 위해 음악을 하는 팀이에요. 인기가 나중에 사라진다고 해도 아쉬운 건 없을 것 같아요. 지금의 행복한 상황에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어요.” (탑)
이혜리 기자 hy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