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매력남이 등장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인데 생소하다. 케이블채널 tvN 월화드라마 ‘식샤를 합시다2’에 출연 중인 배우 권율 얘기다. 남자주인공 윤두준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서브 주연인 권율은 윤두준보다 더 여성 시청자들의 취향에 직격탄을 날렸다.
‘식샤를 합시다’ 시리즈는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와 함께 ‘먹방’을 보는 재미에 시즌 2까지 이어져왔다. 그러나 권율은 드라마에서 ‘먹방’에 관심도 없거니와 먹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 인물은 아니다. 외모·스펙·집안 무엇 하나 빠지는 것 없는 ‘엄친아’ 사무관 이상우를 연기하는 권율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다양한 매력을 분출하고 있다.
여성 시청자가 이상우에 열광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반전 매력’을 소유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바른 생활 사나이로 보이지만 실상은 클럽 죽돌이에 욕을 차지게 구사하는 욕쟁이다. 주거지 세종시를 벗어나 서울에 올라간 이상우는 술에 취해 친구들에게 “클럽 가자!”고 외치는가 하면, 축구 경기를 하다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X발! 거기서 그 패스를 진짜 X발!”이라며 육두문자를 남발한다.
그의 매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여심을 저격하는 달콤한 로맨스도 선보이고 있다. 백수지(서현진)과 이상우의 본격적인 연애가 시작되면서 여성 시청자들은 백수지에 빙의, 연애 욕구를 마구 자극받고 있다. 특히 이상우의 ‘밀당’ 연애 스킬이 설렘 지수를 높이는 데 한몫한다.
최근 대세남으로 떠오른 권율이지만 데뷔 후 인지도를 올리는 데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본명 권세인으로 데뷔한 권율은 20대 중반 연예계에 첫 발을 디뎠다. 2007년 SBS 시트콤 ‘달려라 고등어’에서 이민호 문채원 박보영과 함께 출연했으나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군 제대 후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영화 ‘비스티 보이즈’ ‘내 깡패 같은 애인’ ‘피에타’ ‘잉투기’ 등에 출연하며 작은 역할이었지만 나름의 존재감을 뽐내며 연기 영역을 확장해왔다. 2012년에는 6년간 활동해온 이름 권세인에서 권율로 개명을 하며 새로운 도약을 알리기도 했다. 권세 권(權)에 법 율(律)을 써 ‘뜻한 대로 권세를 누린다’는 뜻의 이름으로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를 통해 폭 넓은 연기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뜻을 전했다.
개명 후 좋은 기운을 얻은 탓이었을까. 운명적으로 영화 ‘명량’에 캐스팅되면서 이순신(최민식)의 아들 이회를 연기, 대중에게 권율이란 이름을 확실히 각인 시켰다. 류승룡 진구 이정현 조진웅 등 쟁쟁한 배우들 속에서도 섬세하면서 진중한 연기를 곧잘 해냈고,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자신만의 것들을 꾸준히 펼쳐온 결과는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식샤2’를 통해서 숨겨왔던 자신의 무기를 마구 발휘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토록 매력 있는 배우였는지 이제야 알게 됐지만 그래서 더 앞으로의 권율이 더 기대된다.
이혜리 기자 hye@kmib.co.kr
코너명 : 자랑할 이?, 형 형兄, 어찌 내奈, 횃불 거炬. ‘어둠 속 횃불같이 빛나는 이 형(혹은 오빠, 언니)을 어찌 자랑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인가’ 라는 뜻으로, ‘이 오빠 내 거’라는 사심이 담겨있지 않다 할 수 없는 코너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