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장윤형 기자] ‘가짜’ 백수오 파문으로 폐경 치료 효과를 강조해 왔던 건강기능식품업계 전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폐경 증상 치료를 위해 백수오 성분을 복용해 온 일부 환자들이 전문의 진료로 선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3일 의료계 및 제약업계에 따르면 정확한 환자수 증가율을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백수오 파문 이후 폐경 치료를 하러 병의원을 방문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특히 이들 중 상당수의 여성들은 그간 백수오를 복용해왔다고 언급했다.
실제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5일까지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는 '1372 소비자상담센터' 홈페이지에 접수된 백수오 부작용 경험 사례는 모두 400건으로 전체 상담 건수의 1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34%는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증상으로는 간기능 손상이나 소화기 장애, 혈액순환 이상 등이 나왔다.
그동안 여성들 사이에서는 호르몬제제인 폐경치료제에 대한 불신이 강해, 치료를 기피하는 대신 건강기능식품으로 대체하기를 원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이번 가짜 백수오 파문 이후 환자들은 ‘폐경’에 대해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인식과 더불어 건강기능식품을 복용하는 대신 병의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아진 것이라는 게 일부의 분석이다. 부작용 우려도 한몫을 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식품을 먹는 것은 폐경 여성의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폐경 초기부터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개인에게 맞는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의약품을 주로 판매하고 있는 제약업계 역시 호재를 맞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문의약품이나 일반의약품을 제조하는 제약회사들의 경우 일반 유통업계가 생산하는 건강기능식품보다 소비자들의 신뢰가 높아 판매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여진다”고 전했다.
생약성분의 안전성을 강조하는 동국제약의 훼라민큐 등의 업체들은 폐경 치료제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상당수 소비자들이 건강기능식품 대신 전문적인 ‘폐경기 호르몬 치료’에 관심을 돌림에 따라 호르몬 치료제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폐경기 여성 호르몬 치료제를 출시한 제약회사들은 서로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한편, 이번 기회를 활용하기 위한 협업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핫라인이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표적인 여성호르몬치료제로는 화이자의 폐경치료제인 ‘듀아비브’,
MSD의 ‘리비알’ 등이 있다.
올해 새롭게 출시한 화이자제약의 듀아비브는 신약으로 주목 받는 시기에 백수오 파동까지 이어져 호재로 작용할 전망으로 있다. 한국화이자는 현대약품과 함께 안전성 프로파일을 내세운 여성호르몬치료제 ‘듀아비브’의 공동 프로모션을 전개하고 있다. 실제 백수오 사태의 수혜주로 꼽힌 현대약품은 백수오 사태 이후 주식 시장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으며 주가 상승을 기록 중이다.
한편 지난달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시중에 유통되던 백수오 제품 32개를 검사한 결과 29개 제품에 독성이 있는 식물인 이엽우피소가 다량 함유됐다고 발표해, 백수오 원료를 이들 회사에 공급해 온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논란이 시작됐다. 식약처의 재조사에서도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원료에서 이엽우피소가 확인되면서, 백화점, 대형마트, 홈쇼핑에서는 강력한 소비자 환불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