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한국독성학회(회장 조명행 서울대 교수)의 공식 의견이어서 이엽우피소를 둘러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소비자원·대한한의사협회 간 안전성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독성학회는 의학·약학·수의학·생물학·보건학 등의 독성 전문가 1000명 이상이 모인 학술단체다.
독성학회 최경철 학술위원장(충북대 수의대 교수)은 14일 서울 한미리 광화문 점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실험쥐를 사용해 이엽우피소에 대한 독성을 밝힌 중국의 연구논문을 분석했다”며 “지나치게 많은 양의 이엽우피소를 쥐에게 먹이는 등 연구 자체의 허점이 여럿 확인했다”고 밝혔다.
독성학회가 검토한 연구논문은 난징 철도의대가 1998년에 발표한 것으로, 이엽우피소에 대한 전 세계 유일의 독성 연구결과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이 논문을 근거로 이엽우피소가 간 독성이 있고 신경 쇠약·체중 감소를 유발한다고 발표했다.
최 위원장은 “실험동물에 먹이는 전체 사료에서 독성을 밝히고자 하는 물질(시험물질)의 양이 5%가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독성 연구의 기본이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독성시험 가이드라인에도 나와 있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사료에 시험물질을 5% 이상 섞으면 동물에게 정상적인 영양 공급이 힘들어 연구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 ‘5% 이하’로 제한한 이유다. 그런데 난징 철도의대 연구에선 실험동물인 쥐를 3그룹으로 나눈 뒤 각 그룹에 이엽우피소가 5% 함유된 사료, 10% 든 사료, 20% 든 사료를 먹였다.
최 위원장은 “해당 논문에 명시된 실험용 흰쥐의 무게가 보통 200∼250g이고, 이 쥐들은 하루 평균 약 20g의 사료를 먹는다”며 “이를 근거로 흰쥐 한 마리가 하루에 섭취한 이엽우피소의 양을 계산하면 1(5%)∼4g(2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문제 된 네추럴엔도텍사의 제품의 경우 한 번에 두 알씩, 하루 4알 먹게 돼 있다. 4알 전부가 ‘가짜’ 백수오(이엽우피소)로만 구성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도 ‘백수오궁’을 복용한 사람의 하루 이엽우피소 섭취량은 2g. 사람과 쥐의 체중 차이 등을 감안하면 난징 철도의대 연구에서 쥐들에게 먹인 이엽우피소의 양이 ‘엄청났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이엽우피소가 5% 함유된 사료를 먹은 쥐에선 이렇다 할 독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최 위원장은 “이엽우피소가 10% 또는 20%나 함유된 사료를 먹은 쥐에서 간·신장·혈액 독성이 나타났다는 해당 연구의 결과를 독성학에선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독성학회는 “이엽우피소의 독성·안전성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이엽우피소의 독성·안전성 관련 연구는 대부분 중국에서 이뤄졌다. 따라서 국내 독성 연구기관에서 독성시험(1회 투여-급성 독성시험, 30∼90일 반복투여-아급성 독성시험 등)을 실시할 필요가 있으며 6개월 쯤 지나면 최종 결과가 나올 것으로 독성학회는 예측했다.
최 위원장은 “중국 논문에선 이엽우피소가 백수오편이라고 기술돼 있다”며 “우리나라 대한약전의 한약(생약)규격집엔 이엽우피소가 수록돼 있지 않으므로 현재 이엽우피소를 건강기능식품이나 약재로 사용하면 불법”이라고 규정했다.
독성학회는 “독성 연구를 통해 이엽우피소의 독성·안전성에 대한 최종 결론이 나올 때까지는 이엽우피소 함유가 의심되면 섭취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독성학에선 약과 독을 동전의 양면으로 본다.
최 위원장은 “2008년 대구한의대가 진짜 백수오(은조롱)의 효능을 연구한 결과가 있다”며 “백수오가 간 손상 예방을 돕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지나치게 독성을 우려하는 것이 건강에 더 해로울 수 있으니 차분히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