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잠재력 키우는 ‘반응육아’(9)] 행복한 부모가 행복한 아이를 만든다

[우리 아이 잠재력 키우는 ‘반응육아’(9)] 행복한 부모가 행복한 아이를 만든다

기사승인 2015-06-02 00:10:55

글·김정미 한솔교육연구원 원장

간혹 주변의 사물에 대한 관심이 없고, 또래들이 즐거워하는 상황을 함께 즐기지 않는 아이들을 볼 수 있다. 또한 사람을 대하는 것 자체를 꺼리거나 어울리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심지어 상대를 무시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런 반응을 보이는 아이들은 새로운 자극에 대응하는 속도가 느리거나 사회적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가진 경우가 많다.

아이의 이같은 정서는 어른의 우울증과 비슷하다. 우울증은 자존감을 낮게 하고 점점 더 자신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더불어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극복해 나갈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그 상황을 쉽게 포기한다. 문제는 실제 능력과 상관없이 자신을 부정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에너지를 제대로 발산하지 못 하고 주저앉아 버리는 것이다.

만일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들은 다 좋아하고 재미있게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보고 흥미를 보이지 않고 무기력하다면 우울증은 아닌지 걱정이 될 것이다. 그리고 대개 전문가를 찾아 아이의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엄마들에게 되묻고 싶은 게 있다. 아이에게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엄마, 본인의 정서 상태를 먼저 살펴보라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 앞에서 우울한 정서를 자주 드러내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영유아기 아이에게 가장 큰 정서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엄마다.

우려되는 점은 아이의 이런 정서가 부모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 혹은 어른들과의 상호작용까지 연장되고 결국 아이의 사회적인 관계와 사회정서 발달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인간은 여러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다. 따라서 여타의 사회적 능력을 말하기 이전에 먼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관계 확인을 통해 존재감을 형성하게 된다. 아이의 타고난 성향이 내향적이거나 표현 능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 과정을 자연스럽게 거치며 아이들은 존재감을 확인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반응할 수 있다. 아이가 가장 먼저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대상은 다름 아닌 부모 그리고 엄마다. 엄마의 정서는 아이의 중요한 밑바탕이 된다.

우울한 엄마에게 우울한 아이가, 활기찬 엄마에게는 활기찬 아이가 자란다. 심리학자 피엘드(T.M.Field)는 엄마와 아이가 상호작용하는 장면을 계속 관찰한 결과 엄마의 정서적 상태가 아이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아냈다. 우울증이 있는 엄마의 아이는 엄마처럼 주변의 사물들에 관심이 없고 행복하지 않은 정서를 드러냈다. 신나거나 즐거운 상황에서도 이를 즐기지 못한다. 엄마의 우울한 감정과 정서적 특성이 그대로 아이에게 습득된 것이다.

물론 일상의 일시적 우울감이 모두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조금씩 우울한 기분이 들 때가 있고 어른들은 이에 잘 대처할 수 있다. 시간을 갖고 극복한다든가, 즐거운 것을 하며 우울한 느낌을 지울 수 있다. 아이들 역시 선천적으로 우울증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상에서 잠깐씩 겪는 엄마의 우울함에 대해서는 대처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심각하거나 지속된다면 아이의 정서 역시 좋지 않은 쪽으로 방향을 잡게 된다.

결국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는 행복해질 수 있다. 부모는 자녀를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정서적 담요 역할을 해야 한다. 아이의 정서를 잘 돌보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정서가 어떤 상태인지 생각해보고 점검해보자. 그리고 혹시나 그런 모습을 자주 보이진 않았는지, 만약 그랬다면 본인의 마음 상태부터 한 번 더 추스르고 아이와 함께하도록 해야 한다. 아이는 ‘나를 보며 힘들어 하는 엄마’를 원하지 않는다. 아이에게 무엇을 해줄지 고민하고, 선택한 양질의 것들을 주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엄마보다 아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관찰하고 귀 기울이며 아이와 상호작용하고 유대감을 만드는 편한 엄마, 그래서 행복한 엄마를 좋아한다.

엄마가 아이를 대하는 것이 편해지면 반응육아는 매일 매일 습관처럼 꾸준해질 것이다. 나의 반응에 아이는 좋아하고 아이는 행복한 엄마의 존재감으로 다시 행복해진다. 행복한 엄마만이 아이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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