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盧·DJ 비하’ 홍익대·부산대 교수, 그들은 마약보다 더 무서운 ‘지식 중독자’

[이슈 인 심리학] ‘盧·DJ 비하’ 홍익대·부산대 교수, 그들은 마약보다 더 무서운 ‘지식 중독자’

기사승인 2015-06-15 14:26:55
지난 11일 홍익대 총학생회에 따르면 법과대학 A교수가 최근 치러진 1학기 기말고사 지문에서 고(故)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듯한 표현을 넣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총학생회가 공개한 한 지문에는 “Roh는 17세였고 그의 지능지수(IQ)는 69였다. 그는 6세 때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린 결과 뇌에 결함이 생겨 고통 받았다”고 나와 있다. 또 다른 지문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이는 ‘빚 떼먹는 사람 대중’(Dae-jung Deadbeat)이 ‘흑산도’(Black Mountain Isle)라는 이름의 홍어 음식점을 열었다고 서술돼 있다.

A교수는 도대체 왜 이렇게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비난과 조롱을 교수법으로 사용하는 것일까?

심리학 용어 중에 ‘자기기만(self deception)’이라는 말이 있는데 보통 이 말을 ‘착각(illusion)’과 혼동한다. 하지만 이 둘은 전혀 다른 의미다.

착각은 단순한 잘못된 인지를 말한다. 반대로 자기기만은 의도된 착각이다.

예를 들면 추운 날씨 때문에 몸이 차가운 상태에서 목욕탕에 들어가면 온도가 더 뜨겁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착각이다. 온도는 그대로지만 자신의 몸에 온도변화로 인해 목욕탕의 온도가 달리 느껴지는 것이다. 착각은 이런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과 같은 감각을 통해 들어오는 오감각의 잘못된 인지를 말한다.

자기기만은 착각과는 달리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잘못된 신념이다.

상담을 하다보면 남편의 불륜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남편은 그럴 사람이 아니에요”라고 하고, 학교에서 친구를 왕따 시킨 사실로 전화를 받았을 때 그 부모가 “우리아이는 절대 그럴 애가 아니에요”라고 하는 게 대표적인 예다.

자기의 상황과 일에 있어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관적인 생각으로 보호하는 것이 바로 자기기만인 것이다.

자기기만이 강하면 강할수록 사실을 알려줬을 때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자신의 불안한 감정을 남을 통해 확인받기 싫기 때문에 무의식적인 공격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홍대 A교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는 알고 있으면서 공격적으로 반응을 보이면서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A교수는 한 매체와 한 통화에서 “교수가 이런 저런 예를 들 수 있지 않겠느냐, 45개 문제 중 일부 지문을 갖고 공격하는 학생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가 알라신이나 하나님 빼고는 다 쓸 수 있다고 본다. 왜 그런 것이 문제가 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도 했고, “내가 선생으로서 학생을 이해시키지 못한 부분에 대한 책임이 있을지 몰라도 문제 자체에 대해선 책임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당 지문은 노 전 대통령이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렸을 무렵부터 몇 번을 써먹었다. 문제를 해마다 바꾸는데 이번에 다시 문제풀이에 집어넣어서 출제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남이 잘못한 것은 정확히 보이고 내가 한 잘못은 보이지 않는 것. 자기기만의 전형이다.

자기기만은 일반사람들보다 지식이 많고 논리적인 사고를 많이 해야 하는 교수나 지식인층에서 더 많이 일어난다.

한 분야에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의 양이 더 많기 때문에 더 옳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자기기만에 빠진 것이다.

특히 교수와 학생의 사이에서 실수를 하더라도 학생이 하면 했지 교수 자신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교수는 자신의 지식에 질문을 던지는 학생에게 논리적으로 반박을 하거나 논리적인 증거를 대는데 익숙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잘못된 생각을 남이 지적하더라도 또 다시 논리적으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자기기만적 모습을 보이게 된다.

A교수는 “나만의 교수법이다”,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려는 목적이었다” “시험 문제가 외부에 공개돼선 안 되는데 학생이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부산대의 한 교수도 수업 중에 ‘노무현 대통령은 가짜 대통령’이라는 자신의 주장에 한 학생이 “실제로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실질적인 근거를 제시해 달라”고 반박하자 “인터넷에 찾으면 근거자료들이 다 나온다. 내가 굳이 지금 찾아서 보여줄 필요는 없다. 그런 자료는 너희가 알아서 찾아야 한다”며 문제의 과제를 ‘즉흥적으로’ 냈다.

알코올 중독자들이나 도박 중독자들도 절대 자신의 중독사실에 대해서 인정을 하지 않는다. 그 중독으로 인해 가족이 모든 피해를 입는데도 오히려 이렇게 말한다.

“나는 그래도 남들한테는 피해는 안 준다”

성추행과 성희롱으로 파면된 서울대 경영대 교수를 비롯해서 자기기만에 빠진 홍대 교수와 부산대 교수 등 지식 중독자들이 하루 빨리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학생과 사회에 사죄하길 바란다.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자로서 ‘머리’만 채우지 말고 ‘가슴’부터 채우는 정직한 교수가 넘쳐나길 바란다.

이재연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