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지 기자] ‘극비수사’라는 제목을 보면 뭐가 떠오를까. 하드보일드한 액션, 카 체이싱, 사이코패스 지능범과의 격렬한 사투…. 근 10년간 한국 영화의 주류에는 반드시 수사물이 있었다. ‘살인의 추억’ 이후로 계속된 수사물들의 범람에 배우 김윤석은 “내 나이 또래 배우들 중 형사 역할 두 번 이상 안 해본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택한 ‘극비수사’는 제목과는 조금 다른 영화다.
부유한 집의 여자아이가 유괴됐다. 1970년대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매일매일 유괴된다고 해도 모자랄 정도로 유괴 사건들이 심심찮게 일어났다. 경찰들 모두 범인을 잡으려고 혈안이 돼 있지만 단 한명, 공 형사만은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는 비밀리에 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어디에도 알리지 않고 수사를 진행하는데, 여기 웬 ‘도사’가 나타난다. “보름째 되는 날 범인에게서 연락이 올 것”이라고 범인에게서 올 연락을 대번에 맞춰낸 김 도사가 공 형사는 탐탁지 않지만 아이의 어머니가 신주단지처럼 믿고 있으니 어쩔 수 없다. 거기에 김 도사는 “공 형사님 사주만이 아이를 살아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제 관할도 아닌 사건이 공 형사에게 맡겨진 이유가 도사의 예언 때문이라니 기가 막힌다. 그렇게 33일간의 수사가 시작된다. 이 모든 일은 1978년도에 일어난 정모양 유괴사건을 기반으로 한 실화다.
‘극비수사’는 스릴러의 형식을 차용한 정통파 드라마다. 최근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김윤석은 “‘추격자’ 전에는 한국에서 스릴러는 안 된다고 다들 말했다”며 “그게 관객 500만을 넘더니 이제는 수사물들이 오히려 주류를 이룬다”고 말했다. ‘아저씨’ 같은 영화들이 이른바 ‘대박’이 나면서부터는 봇물 터지듯 수사나 범죄를 다룬 영화들이 출시됐다. 그래서 오히려 ‘극비수사’가 더 신선하게 다가왔다고 김윤석은 밝혔다.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이건 해 볼만 하다’고 느꼈어요. 실화고, 이미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이야기인데도 숨어있는 디테일이 풍성하거든요. 수면 밑에 있는 작은 이야기나 캐낼 것들이 아직도 무궁무진하게 남아있죠. 실화가 아니라 누군가가 철두철미하게 꾸며낸 시나리오 같았어요. 생각을 해 보세요. 경찰 수사에 도사가 개입을 한다? 일부러 웃기려고 만든 시나리오도 이렇지는 않을 겁니다.”
‘극비수사’가 다루는 이야기에서 유괴 사건은 극의 초반에 불과하다. 유괴 사건이 해결된 후에 펼쳐지는 이야기들이 진짜에 가깝다. 범죄자보다도 가까이 있던 주변인들의 이기심, 욕망들이 건물을 부식시키는 녹처럼 공 형사에게 찾아든다. 공 형사는 결국 조금 손해 보고 살아도 행복한 삶을 택한다. 김윤석은 “나이를 먹으니 지금 잠깐 기쁜 감정이나 당장 보는 이익이 오래 못 간다는 것이 느껴지더라”라며 “이 영화는 손해 보고 살아도 아름다운 추억을 가지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말하는 영화”라고 전했다. ‘강한 남자’ 캐릭터로 인식된 김윤석이기에 더 의외였지만 김윤석은 “오히려 강한 남자 스토리는 하나도 재미가 없다”고 말했다.
“상황에 대한 절실함과 인간성이 접목돼서 생기는 이야기들을 저는 좋아해요. 깡패 두목이고, ‘폼’ 잡고 하는 이야기들에 대해 제가 가지는 거부감은 엄청나죠. 아무리 쓴 맛이 나는 이야기라도 우리가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잖아요? 관객들이 달콤한 것을 좋아한다고 해서 그런 것들만 먹일 수는 없는 노릇이에요. 특별한 사람이 나오지 않아도 좋아요. 사실은 평범한 사람이 알고 보면 어마어마한 캐릭터의 보고일 때가 많죠. 누구나 공감하는 평범한 이야기가 주는 파격감은 상상을 초월해요. 외향적인 강함이나 압도적인 액션은 ‘황해’의 면정학 역에서 정점을 찍었기 때문에 별 미련은 없어요.” rickonbge@kmib.co.kr / 사진=박효상 기자
[쿠키영상] "돈 세는 기계야? 손이야?" 1초에 지폐 5장씩 세어 넘기는 중국 여인
[쿠키영상] 딸의 코를 훔쳐간 아빠, 되레 고마워하는 딸 보며 빙그레~ "이 맛에 딸 키우지"
[쿠키영상] ‘라면 정수기’ 탐나지 않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