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대있는 기사] ‘10원짜리 임금 식당’에 폭발한 을의 분노…그러다가는 “배로 갚아준다!”

[뼈대있는 기사] ‘10원짜리 임금 식당’에 폭발한 을의 분노…그러다가는 “배로 갚아준다!”

기사승인 2015-06-30 15:41:55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 홈페이지 캡처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 때로는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 한 마디가 현재의 사회 현안을 관통합니다. 뻣뻣하고 장황한 논평보다 단 한마디가 듣는 이들의 가슴을 더 시원하게 해 주기도 하고, 후벼 파기도 합니다. 연재 ‘뼈대(뼈 있는 대사) 있는 기사’ 입니다.

“야라레따라바이가에시!(やられたら倍返し·당하면 배로 갚아준다)”

‘일드(일본 드라마)’ 팬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대사일 겁니다. 2013년 9월 일본 TBS에서 방영된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에 나온 유명한 일성(一聲)이죠.

일본의 버블경제가 무너지기 전인 1990년대 초에 한 대형 은행에 입사한 주인공 한자와 나오키가 불법 대출, 횡령 등 온갖 부정을 일삼는 상사에 항거하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은행원의 역할을 보여준 이야기죠. 간토(關東)지역에서 방송 시청률 조사가 도입된 1962년 이후 최고 시청률(42.2%)를 기록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한자와 나오키(사카이 마사토 분·사진 왼쪽)가 상사라는 갑의 위치를 이용해 자신을 억누르고 제거하려는 상사들을 떠올리면서 “당하면 배로 갚아준다!”고 외치는 장면은 당시 최고의 ‘유행어’가 되기도 했습니다. 갑에 비해 절대 다수일 수 밖에 없는 ‘을’들은 한자와 나오키의 이 강렬한 한 마디에 시원한 ‘대리만족’을 느꼈습니다.

‘갑질’에도 여러가지 형태가 있지만 이런 갑질은 또 처음 봅니다.

30일 고용노동부 울산지청과 아르바이트노조 울산지부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약 2개월 간 울산시 중구의 한 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박모양(19)은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해 울산고용노동지청에 진정을 넣었습니다.

조사가 시작되자 업주의 대응이 가관입니다. 10만 원을 모두 10원짜리로 줬다고 합니다. 자루에 담긴 10원짜리 동전 1만 개를 은행에 가져가 다시 지폐로 바꿔야 한 박양의 심정은 말 안해도 알만합니다. 무엇보다 ‘굴욕감’이 가장 컸겠죠.

자신이 일한 정당한 댓가를 받으면서도 왜 이처럼 구걸하는 거지에게 마지못해 주는 듯하는 식의 취급을 당해야 하는지 어이가 없었을 겁니다. 이 업주가 한낱 아르바이트라고, 화나고 억울해도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을’이라고 얕보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행위이죠.

인터넷에서 네티즌 반응을 보니 가장 눈길이 가는 게 일명 ‘10원짜리 계산 캠페인’입니다. 해당 업소에 가서 술·안주 사 먹고 몇 만원이 나오든 전부 10원짜리로 계산하고 오자는 겁니다. 많은 네티즌들이 “혹시 어느 주점인지 아는 사람 없느냐”고 수소문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을 지지한다는 게 아닙니다. 사실 이처럼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대처는 그다지 추천하고 싶은 방식도 아닙니다. 다만, 이 세상의 수 많은 ‘갑질’을 자행하는 사람들은 을도 뭉치면 더 이상 을이 아닐 수 있다는 걸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 이 대사를 골랐습니다.

자칫 잘못해서 이 주점이 공개라도 된다면 업주는 10만원 주기 싫어 10원짜리 썼다가 수십만원, 수백만원을 10원짜리로 받게 되지 않을까요.

좀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약한 사람 얕보고 ‘갑질’하지 맙시다. 자꾸 그러다가는 언젠가 “바이가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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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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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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