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네네치킨 사건…불매운동의 역사로 본 ‘이준석 vs 김용민’

[친절한 쿡기자] 네네치킨 사건…불매운동의 역사로 본 ‘이준석 vs 김용민’

기사승인 2015-07-02 19:16:55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2일은 하루 종일 ‘네네치킨’으로 난리였습니다. 전날 네네치킨의 한 직원이 자신의 SNS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희화한 합성사진을 올렸기 때문이죠.

1일 오후 6시쯤 네네치킨 경기서부지사 페이스북 계정에 노 전 대통령이 커다란 닭다리를 안고 있는 사진과 함께 “닭다리로 싸우지 마세요. 닭다리는 사랑입니다. 그럼요 당연하죠 네네치킨”이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네네치킨의 ‘노무현 조롱’ 논란은 곧 ‘불매운동’ 논란이 됐습니다.

공분한 네티즌들 사이에서 “앞으로 네네치킨을 사 먹지 말자”는 여론이 형성되자 이준석 새누리당 혁신위원회 위원장이 페이스북에 “네네치킨이 비난받을 소지가 있는 사고는 냈지만 동네의 수많은 네네치킨 프랜차이즈 점주들을 대상으로 불매운동을 진행하는 것이 옳은지 생각해보자”는 의견을 게재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일부 네티즌들에 의해 ‘네네치킨의 옹호자’에 이어 급기야 ‘일베충’까지 됐습니다.

네네치킨 불매운동 관련 목소리를 낸 또 한 명의 ‘유명인’이 있습니다. 주인공은 바로 2012년 총선 때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서울 노원갑에 출마한 적도 있는 방송인 김용민씨입니다.

그는 “이제 우리 소비자가 할 일은 광고는 흥했는데 기업은 망했다는 교훈 남기는 것. 네네치킨, 앞으로 일베정모 때나 닭 튀겨라. 꼭 그렇게 되도록 해 주마”라고 남겼습니다.

이 위원장과 정반대입니다. 단순히 “불매운동을 하자!”를 넘어 그것을 통해 ‘망하게 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목표’까지 제시했습니다.

사실 이 두 사람은 서로를 의식해 SNS에 글을 올린 건 아닙니다. 하지만 언론이, 기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싸움 붙이기’를 하기 딱 좋은 조건(여당 사람 vs 야당 사람 될 뻔했던 사람)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두 사람의 견해를 나열해 놓은 기사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누가 옳고, 누가 틀린 건가요. 사실 이런 구분을 할 필요가 없지만 ‘불매운동의 역사’에 입각해 나름대로 해 보겠습니다.

불매운동은 영어로 ‘보이콧(Boycott)’이죠. 사람 이름입니다. 1873년 아일랜드 메이오 주에 있는 백작의 영지 관리책임자가 된 군인 출신의 찰스 커닝햄 보이콧(Charles Cunningham Boycott)은, 1880년 기근으로 토지동맹이 소작료 인하를 요구하자 소작인들을 퇴거시키려 합니다.

그러자 토지동맹 의장은 소작료 인하를 들어주지 않는 이들에게 어떤 접촉도 하지 말자고 했고, 그 첫 번째 대상이 보이콧이었습니다. 결국 1년 뒤 아일랜드엔 공정 소작료 재판소가 생겼고, 보이콧은 아일랜드를 떠났습니다.

이처럼 불매운동의 유례를 따져보면 그 목적은 ‘특정 권리’ 쟁취이며, 과정은 ‘비폭력적’이어야 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등 터지는 새우들(여기서는 ‘생계형 창업’을 한 가맹점주들)이 나올 걸 알면서도 불매운동에 나선다면, 그건 우리가 꼭 얻어내야 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겠죠. 그것이 없다면 불매운동의 명분도, 해야 할 이유도 흔들리게 됩니다.

그런데 고인이 된 전 대통령을 소재로 이미 사고를 쳐버린 네네치킨을 대상으로 불매운동을 벌여서 대중이 얻어낼 수 있는, 혹은 얻어내야 할 ‘권리’는 과연 무엇입니까. 전 아무리 생각해도 뭔지 모르겠습니다.

‘망하게 해서 교훈을 남긴다’는 걸 ‘권리’라고 할 순 없겠죠.

네네치킨은 회사 차원의 사과를 했고, 이 경솔한 행동의 책임이 있는 자들을 문책했습니다. 네네치킨은 2일 오후 “이번 사태에 대해 회사 내부 시스템 관리 책임을 물어 본사 마케팅본부장, 영업본부장, 경기서부지사장과 마케팅 담당자를 7월 3일 부로 직위 해제할 방침”이라고 전했습니다.

이 사건에 있어 네네치킨에 괘씸함을 느끼는 이들이 여기서 더 얻을 수 있고, 얻어야 하는 게 과연 뭔가요.

‘교과서처럼 본래 취지 따지지 않는다. 노 전 대통령을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으로서 꼭 네네치킨을 망하게 하거나 최소한 재정적 어려움을 줘야한다’는 논리를 펼친다면 할 말 없습니다.

하지만 불매운동의 본래 취지를 따져본다면, 굳이 이준석과 김용민 중 누가 옳은가를 구분해본다면, 이준석에게 한 표를 던집니다. afero@kmib.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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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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