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먹방·쿡방’의 시대…남자들이 백종원에게 느끼는 것

[이슈 인 심리학] ‘먹방·쿡방’의 시대…남자들이 백종원에게 느끼는 것

기사승인 2015-07-03 14:21:55

요즘 TV만 틀면 요리프로그램이 나온다. 삼시세끼, 집밥백선생, 냉장고를 부탁해 등 TV 속에선 일주일 내내 요리를 한다. 특히 집밥백선생의 백종원씨(사진)는 나와서 뭔가 만들었다 하면 어김없이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에 올라갈 정도로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프로그램이 많다는 것은 시청자의 관심이 높다는 것이고 ‘대세’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요리프로그램을 많이 볼까?

첫째, 연대감을 느끼게 된다. 요즘 요리프로그램은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여성 셰프(chef)가 아닌 남성 셰프들이 나온다는 것이다. 여성들이 많이 본다고 프로그램이 흥행하는 게 아니라 남성들까지 같이 봐야 확실히 높은 시청률을 기대할 수 있다. 대한민국이란 문화권에서 요리 프로그램에 남성 셰프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동성인 남자들에게 편안함과 도전의식을 동시에 주게 된다.

아직도 여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부엌에서 남자 셰프들이 여자들보다 더 멋지게 요리하는 모습에 동질감을 연대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TV에 나오는 남자 셰프를 자신과 동일시하면서 서로 연결되어 있는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연대감 심리가 작동하는 것이다. 요리 한 번 해보지 않은 남자들도 부엌으로 향하게 하는 것은 TV에서 자신과 같은 남성 셰프를 보며 힘을 얻은 것이다.

둘째,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대리만족을 좀 더 명확히 말하면 ‘대상행동(substitute behavior)’이라고 한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서 방어기제 중에 ‘동일시(identification)’라는 것이 있다. 이 동일시는 자신이 좋아하거나 존경하는 대상과 자기 자신을 같은 것으로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TV에서 요리하는 남성 셰프들을 보면서 마치 자기가 요리하는 것으로 동일시하기 때문에 계속 시청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프로이트의 방어기제 중에 ‘투사(projection)’라는 것도 있다. 투사(投射)는 자신의 감정이나 행동을 스스로 납득할 수 없거나 만족할 수 없는 불만족 욕구를 가질 때 다른 대상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TV에 나온 요리를 직접 하다가 마음처럼 결과물이 안나오면 투사를 하게 된다. TV에서 셰프들이 사용하는 칼이 나에게는 없다거나, 재료가 좋지 않다거나, 불이 약하다라는 식으로 자신의 탓이 아니라 다른 것의 탓으로 돌리게 된다.

셋째, 대중관음증을 가지고 있다. 대중들이 가지는 관음증 현상은 TV가 세상에 나온 이후로 더욱 심해졌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인해 더 심해졌다. 우리의 눈은 둥근 모양인데 카메라 렌즈가 그렇다. 하지만 TV나 스마트폰은 사각형 모양으로 구멍을 통해 훔쳐보는 심리가 아닌 큰 창문을 통해 편안하게 바라보는 심리를 가진다. 사적으로 알지 못하는 대상이 행하는 행동과 생각을 스크린을 통해 바라보는 것은 쾌락을 준다. 이것이 바로 대중적 관음증이다.

다섯째, 호르몬이 나온다. 그렐린(ghrelin)과 렙틴(leptin)이라는 호르몬이 있다. 1992년에 미국 록펠러 대학의 제프리 프리드먼(Jeffrey Friedman)이 발견한 이 그렐린 호르몬은 공복 호르몬(hunger hormone)이라고도 한다. 눈으로 맛있는 음식을 보면 그렐린 호르몬이 위와 체장에서 만들어진다. 이 때 배고픔을 느끼게 되면서 ‘먹고 싶은’ 심리가 형성된다. 그렐린 호르몬이 반복적으로 나오다 보면 중독에 걸린다. 계속 TV의 요리과정을 보면서 계속해서 그렐린으로 인한 공복 심리를 맛보고 싶어하게 된다.

반대로 렙틴(Leptin) 호르몬은 배가 부르면서 뇌를 자극해 체지방에서 분비된다. 하지만 회사에서 야근을 많이 하는 요즘 직장인들과 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고 TV를 보는 젊은 층들은 스트레스가 많다. 이런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코르티졸(Cortisol)이라는 호르몬이 나온다. 이 코르티졸 호르몬은 공복 호르몬인 그렐린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킨다. 이 결과 계속 늦은 밤에 치맥이나 라면 등 야식을 먹게 된다. 이러한 행동이 지속되면 야식 증후군에 걸리게 된다.

요리 프로그램들이 인간이 가진 원초적 욕구인 식욕을 끊임없이 자극하겠지만, 경제로 힘들고, 메르스 때문에 지치고, 늘 자신들을 뽑아준 정치인들은 국민을 무시하는 이 시점에 ‘욕’을 자극하지 않게 만드는 프로그램도 생기면 좋겠다.

이재연 전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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