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의 존폐가 결정되는 날이기도 하거니와, 이날이 거부권 정국에서 여권 내 심각한 갈등 구도를 촉발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거취 논란의 분수령이 될 수 있어서다.
국회법 개정안의 경우 새누리당이 이미 당론으로 표결 불참을 결정해 본회의에 상정되더라도 정족수 미달로 폐기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만큼 사실상 청와대의 관심은 유 원내대표의 거취에 쏠려 있는 분위기다.
특히 유 원내대표에 대해 지속적으로 자진사퇴 압박을 해온 당내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이 거부권 정국이 일단락되는 이날을 사퇴 시한으로 못박은 상태여서 청와대는 친박계 의원들과 유 원내대표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날도 유 원내대표의 거취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극도로 자제했다.
박 대통령이 이미 지난달 25일 유 원내대표에 대해 명확한 불신임 메시지를 보낸 만큼 이를 또 거론함으로써 불필요한 정쟁에 휘말리는 것을 경계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는 그가 그동안 국정에 비협조로 일관한 것으로 판단한 박대통령으로부터 공개 질타를 받은 데다 위헌 논란이 있는 법안을 야당에 합의해준 데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상식적인 수순이지만, 청와대가 나서서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한다면 자칫 '유승민 찍어내기'로 비칠 수 있다는 게 청와대 핵심부의 상황인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동안 '버티기 모드'로 일관해 온 유 원내대표가 당청관계 단절이나 당내 계파갈등 등 여권의 '자중지란'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더는 자리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 그가 조만간 거취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을 하는 것도 청와대가 침묵을 지키는 배경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유 원내대표가 계속 어정쩡하게 하지 않고 조만간 결단할 것"이라며 "청와대는 그전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인사도 "유 원내대표의 거취에 대해서는 이미 청와대를 떠난 일이어서 우리가 왈가왈부할 성격의 것이 아니다"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유 원내대표가 계속 버티면 당청 관계는 지금의 갈등 상황이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