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유희인가?”…신경숙 이어 임성한 작가 어법 논란

“언어의 유희인가?”…신경숙 이어 임성한 작가 어법 논란

기사승인 2015-07-08 09:53:55
"말장난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대중이 이들의 말을 못 알아들은 것일까.

표절 파문을 몰고온 신경숙 작가의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다"는 발언이 최근 도마 위에 오른 데 이어 7일에는 드라마계의 실력자인 임성한 작가의 어법도 논란을 몰고 왔다.

'막장 드라마' 시비 끝에 자기 입으로 '은퇴'를 거론한 지
한 달도 안돼 복귀를 추진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인터넷 세상이 시끄럽게 달아오른 것은 물론이고, 오프라인에서도 방송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임 작가의 언행이 종일 화제를 모았다.

연합뉴스는 사실 확인을 위해 지난 4월 임 작가의 은퇴를 발표했던 명성당엔터테인먼트의 이호열 대표와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다"…신경숙 어법은 패러디 소재로

"문제가 된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우국'의 문장과 '전설'의 문장을 여러 차례 대조해 본 결과, 표절이란 문제 제기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기억을 뒤져봐도 '우국'을 읽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제는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표절 논란에 휩싸인 신경숙 작가가 지난달 23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들은 두고두고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물론이고, 패러디의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표절이란 문제 제기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문학이란 땅에서 넘어졌으니 그 땅을 짚고 일어나겠다" "(작품을) 가슴에 묻어야 할 것 같다" 등의 표현은 많은 이들이 수차례 곱씹어 읽으며 그 진의를 해석하려 했다.

일반 대중은 물론이고, 그의 팬들과 문단도 신 작가의 해명에 실망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표절을 인정하지도 부인하지도 않은 애매모호한 어법, 작가다운(?) 우회적인 어법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신 작가의 해명 인터뷰가 나오자 당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표절과 관련해 신 작가를 검찰에 고발한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신씨가 인터뷰를 통해 밝힌 것은 사과가 아니었다. 표절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변명을 하는 느낌"이라고 비난했다.

또 정원옥 계간 '문화과학' 편집위원은 신씨가 일종의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한다며 "여전히 신씨는 표절 의혹에 진심으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임성한 "그만둔다"…알고 봤더니 '드라마만?'

임성한 작가는 지난달 10일 대전MBC FM4U 정오의 희망곡에 출연해 "(그만두는 것이) 사실이다"라며 "10개의 작품을 쓰면 여한이 없겠다라고 생각했고, 처음 계획대로 10개를 끝내 제2의 인생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소재도 있고 체력도 있을 때 그만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 적당한 때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에 앞서 그의 매니지먼트를 맡은 이호열 대표는 4월23일 "임 작가는 10개 드라마를 남긴 채 은퇴하는 계획을 세웠다. '압구정 백야' 집필을 시작할 때부터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썼다"고 밝혔다.

임 작가는 또 5월16일 '압구정백야'의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그동안 많은 기회의 장을 마련해주신 문화방송 임직원 여러분께도 마음에서 우러나는 인사 드리고…물러갑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임 작가를 방송가에서 더는 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랬던 그가 6월30일 TV조선의 새 예능프로그램 녹화에 나섰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전MBC와의 인터뷰로부터 불과 20일 지난 시점이다.

임 작가가 '은퇴'를 언급했을 때 그것을 절필로 받아들였던 사람들은 그가 사실은 드라마 작가에서 예능 작가로 변신을 꾀했다는 사실에 "은퇴란 뜻이 무엇이냐" "은퇴한다는 말이나 말던가" 등의 지적을 쏟아냈다.

그런데 사실 그의 발언을 따지고 보면 임 작가는 "드라마"를 이제 그만 쓰겠다고 말했을 뿐이었다.

TV조선 송창의 제작본부장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임 작가가 예능에 관심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함께 일해보려고 했는데 막상 해보니 생각과 달라 접었다"고 밝혔다.

송 본부장은 "첫 녹화 현장에서 임 작가에게 '어렵죠?'라고 물었더니 '드라마와는 많이 다른 것 같다'고 하더라"며 "서로 색다른 도전이라 시도했는데 생각만큼 안 돼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신경숙과 임성한의 독특한 어법에 대해 한 심리학 교수는 "특정인을 겨냥한 발언이라 조심스럽다"며 익명을 요구하면서 "한 사람은 사실을 부정하고 싶어하는 듯한 인상을 줬고, 다른 한 사람은 금세 드러날 진실을 감췄다는 점에서 대중이 실망감을 느끼는 듯 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쿠키영상] "제발 쏘지 마세요"…거리에서 벌어진 총격전에 시민들 혼비백산

[쿠키영상] "사람 잡겠네!"…충격과 공포의 장애물 경주

[쿠키영상] '산산조각' 철도 건널목 차단기 들이박은 음주 운전자"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