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낙과피해농민 “강풍에 꺾인 나무보니 억장이 무너져”

<르포> 낙과피해농민 “강풍에 꺾인 나무보니 억장이 무너져”

기사승인 2015-07-13 13:26:55
"자식같은 과일이 떨어졌는데 무슨말이 나와. 태풍이 원망스럽기만 하지….

제9호 태풍 찬홈의 여파로 남부지방에 최고 200㎜의 폭우와 강풍으로 말미암은 생채기가 발생한 17일 오전 전남 화순군 화순읍의 한 복숭아 과수농가에서 이순금(65) 씨는 수확을 앞두고 땅바닥에 떨어진 복숭아를 하나하나 주워 모으고 있었다.

과수원 땅바닥 곳곳에 팽개치듯 떨어진 이들 복숭아는 수줍은 얼굴빛과 같은 분홍빛이 감돌았다.

이들 낙과는 설령 겉모습이 멀쩡해도 설익어 주스용으로도 사용할 수 없어 버릴 수밖에 노릇이다.

이씨는 자식 같은 복숭아를 주워 모으며 강풍에 가지들이 속절없이 부러진 허벅지 굵기의 복숭아나무들을 애타는 심정으로 바라봤다.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나무마다 지주대 4~5개씩을 세웠다.

또 커다란 봉도 과수나무 옆에 세워 끈으로 나뭇가지를 묶어 놓기도 했지만, 태풍이 나무를 사방팔방 흔드는 바람에 살이 올라 제법 무게가 나가는 복숭아들 20%가량은 태풍을 견뎌내지 못하고 결국 낙과가 되고 말았다.

이씨는 다음 주 또 하나의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자포자기한 듯 "하늘에 맡겨야지 대책이 없다"고 푸념했다.

지난 2012년 태풍 '카눈'에 낙과손해를 입고 농작물 재해보험을 들기도 했지만 "기대할 수 있는 건 비료 몇 포대의 지원뿐"이라며 재해보험에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태풍이 직접 상륙하지는 않았지만, 폭우와 강풍을 동반한 태풍의 간접 영향으로 전남에서는 농경지 400㏊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강풍 때문에 전남지역에서만 배 108㏊, 사과 2㏊ 등 110㏊에서 낙과 피해가 발생했다.

고추, 참깨, 옥수수 등 밭작물 22.9㏊가 쓰러지기도 했다.

지난 2012년 태풍 덴빈과 볼라벤이 상륙한 이후 3년여 동안 큰 태풍 피해를 피해간 농민들은 올해 다가오는 잇따른 태풍 소식에 한숨만 내쉬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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