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예능은 스포일러가 끊이지 않을까… 막을 방법은?

왜 예능은 스포일러가 끊이지 않을까… 막을 방법은?

기사승인 2015-07-15 11:08:55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청중의 의식이 높아져야 한다. 그 때를 기다리는 것 밖에 없다”

김영희 PD가 지난 2011년 MBC ‘나는 가수다’의 스포일러 유출에 대해 내뱉은 말이다. 당시 ‘나는 가수다’는 탈락자와 새 출연자를 두고 퍼지는 스포일러 때문에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 PD는 “이번 스포일러 유출은 한 사람이 흥미로, 혹은 몰라서 벌어진 일”이라며 “그냥 청중을 믿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PD는 “뭔가 장치를 마련해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도 있지만 장치로 하는 통제는 뚫리기 마련”이라 지적하기도 했다. 청중이 자발적인 스포일러를 언급하지 않는 이상 막을 방법이 없다는 얘기였다. 실제로 ‘나는 가수다’ 제작진은 악성 루머에만 강경 대응했을 뿐 스포일러 유포자를 적극적으로 색출하지 않았다.

‘나는 가수다’로부터 4년… ‘스포일러 몸살’에 서약서까지 받는 예능계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15년 7월, 예능계는 아직도 스포일러에 몸살을 앓고 있다. MBC ‘2015 무한도전 가요제’는 2주 연속으로 게스트와 팀 결성에 대한 스포일러가 유출됐다. 케이블 채널 Mnet ‘쇼미더머니 4’도 본선 진출자 16명에 대한 스포일러가 퍼져 진위 논란이 진행 중이다. 출연자와 탈락자의 정보가 재미의 핵심인 MBC ‘일밤-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과 tvN ‘더 지니어스’도 스포일러 방지에 힘을 쏟고 있다. 4년 전 김 PD가 지적한대로 스포일러 방지 장치가 뚫릴 수 있다는 말은 맞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중의 의식이 높아질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스포일러를 막기 위해 대부분의 예능 프로그램들은 제작진과 방청객에게 각서 혹은 서약서를 받고 있다. 사전에 스포일러가 퍼지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방식이다. ‘복면가왕’은 스포일러를 막는 최소한의 장치라며 방청객에게 ‘스포일러 발설 시 1회분 제작비 벌금’을 낸다는 서약서를 받는다. ‘쇼미더머니4’도 참가자들과 촬영 관계자들에게 ‘스포일러 유출시 법적 제재를 받겠다’는 서약서를 받았다. 온스타일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와 온스타일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에 출연하는 모든 도전자 및 심사위원, 게스트들이 작성한 ‘방송출연 동의서’에는 “프로그램에 대한 사항을 밖으로 공개하면 1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기도 했다.

스포일러 막기 위한 갖가지 대책, 생방송에 가짜 스포일러 대응까지

생방송으로 스포일러를 방지하는 프로그램들도 있다. 항상 생방송으로 중계되는 스포츠 경기에 스포일러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Mnet ‘슈퍼스타K’와 SBS ‘K팝스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그 예다. 매 시즌 본선 무대를 생방송으로 진행해 탈락자와 합격자를 가리는 방식으로 스포일러를 완전히 방지한다. 그러나 생방송으로 진행할 수 있는 포맷은 극히 제한적이다. 프로그램의 성격이 제각각 다르고 편집과 자막으로 완성도를 높이는 것 또한 예능 프로그램의 중요한 요소기 때문이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인터넷 방송을 통해 녹화 현장을 생중계하고 다시 편집해 TV에서 본 방송을 진행하는 독특한 형식을 도입한 덕분에 스포일러가 없다. 방송 내용과 출연자가 미리 공개됐음에도 오히려 화제를 모아 최근 네 번의 방송에서 꾸준히 8%(닐슨코리아 기준, 7월 11일)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해외 방송국들의 경우 스포일러에는 스포일러로 대응하기도 한다. 스포일러가 유출되면 제작진이 역으로 가짜 스포일러를 만들어 유포하는 방식이다. 시청자가 스포일러를 접해도 어느 것이 진짜인지 알기 어렵게 만들어 스포일러의 영향력을 낮추는 것. 또 미국의 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출연자와 탈락자들을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합숙시키는 방식으로 정보 유출의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기도 한다.

제작진 대응이 스포일러 확인사살… 반응도 가지각색

스포일러가 퍼진 후에 예능 프로그램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도 중요하다. 스포일러에 대한 제작진의 반응이 또 하나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쇼미더머니4’ 제작진은 스포일러 유출에 대해 “톱16 스포일러 유출과 관련된 사람을 찾아 강경 대응하겠다”는 경고로 반응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강한 반응이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유출된 명단이 사실’이라는 맥락으로 받아들이도록 만들기도 했다. ‘무한도전’의 경우 공식 SNS를 통해 “방송 전 스포일러는 시청자의 알아가는 재미를 반감시킬 뿐만 아니라 예상치 못한 억측과 의혹을 만들어 가요제의 본 취지를 퇴색시킬까봐 우려된다”며 “모든 걸 방송에서 확인해 달라”고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으며 ‘무반응’을 보였다.

예능계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도 주된 원인 중 하나다. KBS 예능국에서 만든 KBS2 금토드라마 ‘프로듀사’가 큰 인기를 얻었듯 점점 예능과 드라마의 경계는 불분명해지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도 서사와 캐릭터, 반전 같은 ‘드라마적 요소’를 끌어와 활용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 예능의 위상과 관심도가 전보다 높아지기도 했다. 이런 변화에 맞춰 제작진은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철저하고 다양한 대처법을 적극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언론이나 시청자도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위해 불필요한 스포일러를 자제하는 태도를 갖춰야 할 것이다. “청중의 의식이 높아지길 기다리는 것 밖에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bluebel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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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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