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현섭 기자] 승부조작 및 불법 베팅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던 프로농구 전창진 KGC 인삼공사 감독에게 결국 구속영장이 청구된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중부경찰서는 전 감독에 대해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22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21일 밝혔다.
전 감독은 그동안 변호인을 통해 자신의 혐의와 관련한 행적을 조목조목 밝히며 경찰의 조사 내용을 반박해 왔다.
전 감독의 변호인인 이정원 변호사(법무법인 강남)은 사건이 불거진 직후인 지난 5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 감독은 평소 친한 후배였던 강모씨가 급히 사업자금이 필요하다고 해 강씨가 소개한 사채업자에게 차용증을 써주고 3억원을 빌려 바로 (강씨) 계좌로 송금한 사실만 있을 뿐”이라며 승부조작이나 스포츠토토 불법 베팅은 전혀 모르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강씨와 더불어 전 감독의 후배인 김모씨가 도박빚에 쪼들린 나머지 ‘전 감독이 배팅할 경기를 알려주며, 후보 선수들을 경기 막판 시점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승부를 조작할 수 있다’면서 전 감독을 팔고 다녔으며, 이런 사실을 전 감독은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즉, 전 감독도 ‘피해자’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21일 경찰에 따르면 전 감독은 올해 2월20일, 같은 달 27일, 3월1일 등 3차례에 걸쳐 당시 자신이 감독을 맡았던 부산 KT 경기에서 승부를 조작했다.
이때 전 감독의 지시를 받고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통해 수억원을 베팅한 김모(32)씨와 윤모(39)씨 등 6명은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전 감독 측이 속았다고 주장한 강씨 등 지인 2명(5월 구속)에 대해서도 경찰은 전 감독이 불법 스포츠토토에 베팅하는 것을 도왔다고 전했다.
전 감독의 결백 주장 행보의 ‘하이라이트’는 변호인의 보도자료가 나간 다음 날인 5월27일과 6월11일이다.
전 감독은 5월27일에 변호인을 통해서 서울 중부경찰서에 ‘조사요청서’를 제출했다.
전 감독은 요청서에 “보도 때문에 심적 물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고 구단에도 본의 아니게 폐를 끼치고 있다. 이른 시일 내에 혐의 내용을 해명하고 결백을 밝히고 싶다”고 조속한 소환을 요청했다.
이어 6월11일엔 경찰과 사전 협의도 없이 오전 11시쯤 변호사 2명을 대동하고 경찰서에 출석, 수사 책임자와 1시간이 넘게 면담하며 “구단 일을 해야 하는데 경찰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의혹만 쌓이고 있다. 하루빨리 조사를 받고 정상 생활로 돌아가고 싶다”고 전했다.
경찰이 부르지도 않았는데 먼저 나와 “나를 빨리 조사하라”고, 시쳇말로 ‘선빵’을 날린 것이다. 그동안 승부조작으로 쇠고랑을 찬 선수, 감독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전 감독이 이처럼 당당하게 나오자 대중의 기류도 서서히 변했다. 사건이 불거진 초기에 여론은 전 감독에 대해 비난 일변도였지만 ‘경찰이 무리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경찰조사 결과, 전 감독은 3경기에서 주전 선수들을 평균 출전시간보다 적게 뛰게 하고, 당일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경기력이 떨어지는 후보 선수와 교체하는 방법 등으로 일부러 패하도록 승부를 조작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와 윤씨는 전 감독의 지시를 받고 2월20일 KT와 SK와의 경기에 대한 불법 스포츠토토 게임에 각각 2억원과 1억원 등 총 3억원을 베팅했다.
두 사람은 이 경기에서 1.9배의 고배당이 걸린 ‘KT가 6.5점 이상 패한다’는 쪽에 베팅했고, 전 감독의 의도대로 KT가 15점 차이로 패배해 총 5억7000만원을 손에 쥔 것으로 조사됐다.
2월27일 경기에서도 ‘KT가 6.5점 이상 패한다’는 쪽에 김씨가 3억8000만원, 윤씨가 1억9000만원을 베팅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KT가 상대팀에 5점 차이로 패배하면서 베팅한 돈을 모두 날렸다.
전 감독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3월1일 경기에서 지인 강모(38)씨를 통해 ‘상대팀이 승리한다’는 쪽에 베팅하려 했으나, 베팅할 돈을 모으지 못해 미수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전 감독의 행위는 본인 소속팀의 경기에 대리 베팅을 한 뒤 패배를 시도한 사안으로 국민체육진흥법이 금지하는 속임수에 해당한다”며 “공범들과의 통화기록, 녹취록 등을 통해 전 감독의 범행 전말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경찰에서 장씨에게 3억원을 빌린 적은 있지만, 승부조작에 관여한 적은 없다며 여전히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법정 ‘진실공방’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afero@kmib.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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