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대있는 기사] ‘기승전유승옥’이 웬말…“독자들은 결국 ‘기사’를 보고 싶어해!”

[뼈대있는 기사] ‘기승전유승옥’이 웬말…“독자들은 결국 ‘기사’를 보고 싶어해!”

기사승인 2015-07-21 16:53:57
영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스틸컷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 때로는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 한 마디가 현재의 사회 현안을 관통합니다. 뻣뻣하고 장황한 논평보다 단 한마디가 듣는 이들의 가슴을 더 시원하게 해 주기도 하고, 후벼 파기도 합니다. 연재 ‘뼈대(뼈 있는 대사) 있는 기사’ 입니다.

‘기승전유승옥.’

대체 무슨 말인가요. 의미를 알 수 없는 표현이지만, 신기하게도 최근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기승전유’까지만 치면 ‘기승전유승옥’이라고 자동 완성이 됩니다. 그만큼 이걸로 검색을 한 사람이 많을 정도로 화제란 뜻이겠죠.

‘기승전유승옥’은 최근 일반 대중뿐만 아니라 기자들까지 혀를 내두른 한 매체의 ‘신(新) 낚시 기사’입니다.

호라이즌스호가 명왕성에 접근했다는 소식에 “유승옥이 이 소식을 듣고 놀라움을 감주치 못했다”는 식으로 기사 내용 관련 전문가가 아닌, 아무 상관도 없는 모델 겸 배우 유승옥의 의견을 덧붙인 겁니다. 기사에 첨부된 사진도 유승옥입니다. ‘유승옥’이란 검색을 염두해두고, 조회수 상승을 노린 행위이죠.

특정 기사를 수십회 반복 송고하는 ‘어뷰징(abusing)’을 넘어서는, 언론사가 ‘숫자(조회수)’에만 집착하다보면 어디까지 민망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됩니다.

2009년 영화 ‘스테이브 오브 플레이’엔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젊고 유능한 정치인 스티븐 콜린스의 여성 보좌관 소냐 베이커가 출근을 하다 지하철 승강장에서 의문의 사고를 당해 사망합니다. 스티븐은 그날 오전 국방성 외주 최대 수혜업체인 포인트콥에 대한 청문회에 나와 소냐의 죽음을 알리며 눈물을 흘리죠.

이 모습은 TV를 통해 생중계됩니다. 그리고 중계를 보던 신문사 워싱턴글로브 기자들의 첫 대화는 이렇습니다.

“‘그녀와 잤다’에 50달러 건다”

“그 여자 사진 구해와. 뚱보가 아니길 빌자고”

촉망받는 젊은 국회의원의, 그것도 국방성 외주 수혜업체의 비리 커넥션을 파고 들던 정치인의 보좌관이 석연치 않은 죽음을 당했다는 소식에 명색이 언론인이 가장 먼저 떠올린다는 게 고작 ‘불륜’과 ‘미모’인거죠. 기사가 ‘돈’이 되는 최고의 조건들입니다. 포인트콥과의 관련성에 대한 관심은 후순위로 밀려납니다.

지나가는 몇 마디 같이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익적 가치’라고 쓰여진 기사 혹은 보도라는 포장지 안에, 실은 자극을 담아 흥미를 끌고 조회수, 신문 판매량, 시청률 상승을 바라는 언론사 내부의 ‘추한 모습’을 제대로 나타낸 대사입니다.

주인공인 칼 매카프리(러셀 크로우 분·사진) 기자는 소냐의 죽음에 스티븐이 연루됐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이 기사의 결론으로도 적절한 대사가 나옵니다.

“(딱딱한 기사를 써봐야) 며칠만 지나면 잠잠해질 것”이라고 비꼬는 스티븐. 칼은 독자들은 누군가가 진실을 써주길 바란다고 믿는다면서 이런 일침도 덧붙입니다.

“독자들은 결국 ‘기사’를 보고 싶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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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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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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