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93) 총괄회장의 맏딸이자 동주(61)·동빈(60) 형제의 누나인 신영자(73) 이사장은 지난 27일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주도한 신격호 총괄회장의 일본행에 함께 했다.
신 이사장은 이튿날인 28일에는 저녁 휠체어에 탄 아버지 신격호 회장과 함께 김포공항 입국장에 나타나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신 이사장은 신격호 총괄회장과 첫째 부인인 고(故) 노순화 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두 번째 부인인 일본인 시게미쓰 하쓰코(重光初子)씨 사이에서 태어난 동주·동빈 형제와 아버지는 같지만 어머니가 다르다.
신 이사장은 부산여고와 이화여대 가정학과를 졸업하고서 호텔롯데 부사장, 롯데백화점 총괄부사장, 롯데면세점 사장, 롯데쇼핑 사장 등을 두루 역임하며 롯데그룹의 경영에도 깊게 관여했다.
2009년부터는 경영 일선에서 손을 떼고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을 맡았고 2012년부터 롯데장학재단 및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을 겸하고 있다.
1967년 장오식 전 선학알미늄 회장과 결혼했으나 이후 이혼했으며 자녀로는 장재영·혜선·선윤·정안 등 1남3녀를 두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평소 맏딸 신 이사장에 대해 특히 애틋한 마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신 총괄회장이 한국에 부인 노순화 씨와 딸 신영자 이사장을 놔두고 일본 유학길을 떠난 이후 노 씨가 1960년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면서 홀로 한국에 남게 됐던 신영자 이사장에 대해 깊은 죄책감을 갖고 있다고 한다.
또한 신 이사장이 붙임성 있는 모습을 보여 신 총괄회장의 총애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신 이사장이 다시 주목을 받는 것은 롯데그룹 내에서 형제간 경영권 다툼이 벌어지면서다.
27일 일본에서 벌어진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의 반란은 일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반격으로 일단락됐지만 롯데그룹의 복잡한 지분구조 때문에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는 않았다.
신 전 부회장과 신 회장의 계열사 지분이 비슷한 상황에서 핵심 계열사 지분을 적은 양이지만 고르게 가지고 있는 신 이사장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한국 롯데 주요 계열사에서 두 형제의 지분율은 ▲ 롯데쇼핑 신동빈 13.46%-신동주 13.45% ▲ 롯데제과 신동빈 5.34%-신동주 3.92% ▲ 롯데칠성 신동빈 5.71%-신동주 2.83% ▲ 롯데푸드 신동빈 1.96%-신동주 1.96%으로 비슷하다.
신영자 이사장의 지분율은 롯데쇼핑 0.74%, 롯데제과 2.52%, 롯데칠성 2.66%로 많지 않지만 두 형제 중 누군가에게 힘을 보태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신 이사장이 계열사에 대한 지분 영향력이 막대한 아버지 신 총괄회장과 함께 움직인다면 그 파급력은 커질 수도 있다는 추정도 있다.
반면 신 이사장이 한일 롯데그룹 순환출자 구조의 정점에 있는 일본 비상장법인 광윤사(光潤社)와 일본롯데홀딩스의 지분을 전혀 소유하지 않고 있어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신 이사장이 27∼28일 신 전 부회장과 일본에 함께 간 데 대해 사실상 신 전 부회장에게 마음이 기운 것 아니냐는 것이 분석이 나온다. 신동빈 체제에서 소외됐던 신 이사장이 신동주 전 부회장과 손을 잡았다는 해석인 셈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신 이사장이 평소 신 회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고 단지 연로한 아버지를 모시려는 효심에서 일본에 동행한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어 그의 명확한 의중은 아직 알 수 없는 상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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