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일가 맏딸 신영자, ‘캐스팅 보트’ 쥐나

롯데일가 맏딸 신영자, ‘캐스팅 보트’ 쥐나

기사승인 2015-07-29 17:28:56
"롯데그룹의 후계 구도를 놓고 신동주·동빈 형제 간의 경영권 분쟁 조짐이 나타나는 가운데 롯데 일가의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향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신격호(93) 총괄회장의 맏딸이자 동주(61)·동빈(60) 형제의 누나인 신영자(73) 이사장은 지난 27일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주도한 신격호 총괄회장의 일본행에 함께 했다.

신 이사장은 이튿날인 28일에는 저녁 휠체어에 탄 아버지 신격호 회장과 함께 김포공항 입국장에 나타나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신 이사장은 신격호 총괄회장과 첫째 부인인 고(故) 노순화 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두 번째 부인인 일본인 시게미쓰 하쓰코(重光初子)씨 사이에서 태어난 동주·동빈 형제와 아버지는 같지만 어머니가 다르다.

신 이사장은 부산여고와 이화여대 가정학과를 졸업하고서 호텔롯데 부사장, 롯데백화점 총괄부사장, 롯데면세점 사장, 롯데쇼핑 사장 등을 두루 역임하며 롯데그룹의 경영에도 깊게 관여했다.

2009년부터는 경영 일선에서 손을 떼고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을 맡았고 2012년부터 롯데장학재단 및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을 겸하고 있다.

1967년 장오식 전 선학알미늄 회장과 결혼했으나 이후 이혼했으며 자녀로는 장재영·혜선·선윤·정안 등 1남3녀를 두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평소 맏딸 신 이사장에 대해 특히 애틋한 마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신 총괄회장이 한국에 부인 노순화 씨와 딸 신영자 이사장을 놔두고 일본 유학길을 떠난 이후 노 씨가 1960년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면서 홀로 한국에 남게 됐던 신영자 이사장에 대해 깊은 죄책감을 갖고 있다고 한다.

또한 신 이사장이 붙임성 있는 모습을 보여 신 총괄회장의 총애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신 이사장이 다시 주목을 받는 것은 롯데그룹 내에서 형제간 경영권 다툼이 벌어지면서다.

27일 일본에서 벌어진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의 반란은 일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반격으로 일단락됐지만 롯데그룹의 복잡한 지분구조 때문에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는 않았다.

신 전 부회장과 신 회장의 계열사 지분이 비슷한 상황에서 핵심 계열사 지분을 적은 양이지만 고르게 가지고 있는 신 이사장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한국 롯데 주요 계열사에서 두 형제의 지분율은 ▲ 롯데쇼핑 신동빈 13.46%-신동주 13.45% ▲ 롯데제과 신동빈 5.34%-신동주 3.92% ▲ 롯데칠성 신동빈 5.71%-신동주 2.83% ▲ 롯데푸드 신동빈 1.96%-신동주 1.96%으로 비슷하다.

신영자 이사장의 지분율은 롯데쇼핑 0.74%, 롯데제과 2.52%, 롯데칠성 2.66%로 많지 않지만 두 형제 중 누군가에게 힘을 보태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신 이사장이 계열사에 대한 지분 영향력이 막대한 아버지 신 총괄회장과 함께 움직인다면 그 파급력은 커질 수도 있다는 추정도 있다.

반면 신 이사장이 한일 롯데그룹 순환출자 구조의 정점에 있는 일본 비상장법인 광윤사(光潤社)와 일본롯데홀딩스의 지분을 전혀 소유하지 않고 있어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신 이사장이 27∼28일 신 전 부회장과 일본에 함께 간 데 대해 사실상 신 전 부회장에게 마음이 기운 것 아니냐는 것이 분석이 나온다. 신동빈 체제에서 소외됐던 신 이사장이 신동주 전 부회장과 손을 잡았다는 해석인 셈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신 이사장이 평소 신 회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고 단지 연로한 아버지를 모시려는 효심에서 일본에 동행한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어 그의 명확한 의중은 아직 알 수 없는 상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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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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