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영화 ‘미쓰 와이프’의 원래 제목은 ‘멋진 악몽’이었다. 주인공 이연우가 영화 속에서 겪는 일들이 멋진 일일까 악몽일까 하는 의문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란다. 한마디로 ‘잘 나가던’ 골드미스 변호사 연우가 한 달 동안 이름 모를 아줌마의 모습으로 살아야하는 비현실적인 상황은 충분히 악몽으로 느껴지지만, 영화는 연우의 악몽이 멋진 일로 변해가는 과정을 발랄하면서도 진정성 있게 설득해 나간다. 그 결과 관객들은 꿈에서 깬 연우가 비행기를 타며 느꼈을 감정이 무엇인지 기분 좋게 추측할 수 있다.
배우 엄정화는 ‘미쓰 와이프’에서 연우 역을 맡아 냉철한 골드 미스 변호사와 아이 둘 딸린 가정주부를 오가는 연기를 펼쳤다. 혼자 극을 이끌어 나가야 해서 부담감이 크지만 엄정화라서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지난 3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엄정화는 “일과 자기밖에 모르는 캐릭터지만 어떤 면에서는 감정이입이 잘 됐다”며 “연우 못지않게 일에 대해 애착을 갖고 있는데 그렇다고 마음을 닫아놓고 차갑게 사는 여자는 아니다”라고 연우에 대해 털어놨다. 연우는 한 명이지만 각각 일장일단이 있는 두 캐릭터를 오간다. “살면서 무엇을 더 크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변호사가 될 수도, 아이의 엄마가 될 수도 있는 것 같다”는 것이 엄정화의 말이다.
극 중에서 연우는 가정주부로서 한 달의 기간이 끝나자 그대로 남을지 다시 원래 몸으로 돌아갈지 선택을 하게 된다. 엄정화는 자신에게 그런 선택의 순간이 찾아오면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게 영화건 아니건 간에 그렇게 되면 못 돌아갈 것 같아요. 이 사람들은 연우가 없으면 안 되는 사람들이잖아요. 연우도 이미 사랑에 빠졌고 소중한 사람들을 알게 됐고요. 무엇보다 이제 엄마 없이 자라야 하는 아이들이 연우로서는 돌이킬 수 없이 소중한 것이 돼버린 것 같아요. 연우도 자기가 이루고 싶은 꿈이 있겠지만 누군가 자기를 사랑해주고 믿어주는 대상 자체가 없잖아요. 이들과 헤어지기는 정말 어려울 것 같아요.”
엄정화와 송승헌의 연기 호흡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엄정화는 처음 만났을 때나 촬영 중 쉴 때마다 “어? 송승헌이다”하며 연예인 보듯 놀라곤 했단다. “송승헌씨나 저나 서로를 먼 존재로 봐왔던 시간이 길었어요. 촬영 전에 송승헌씨도 긴장했었다 그러더라고요. 긴장보다는 서로 조심스러웠던 것 같아요. 양치질을 하던 승헌씨와 마주치는 장면이 첫 촬영이었는데 그때 서로 어려웠던 마음들이 많이 없어졌어요. 그런데 아직도 가끔 그래요. 최근 오랜만에 대기실에서 송승헌씨를 봤는데 “어, 송승헌이다” 그랬어요. 하하.”
엄정화는 ‘미쓰 와이프’를 찍으며 심경의 변화도 겪었다. 이전과 달리 가족의 행복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촬영 중간에 거실에서 애들이 승헌 씨랑 목마타고 노는 걸 보고 있었어요. 이런 가정을 꿈꿔본 적이 없는데 이들이 내 가족이라면 너무 행복한 순간이겠다 싶더라고요. 엄마만 걱정하며 비타민을 내미는 아들이 있고 아내만 생각하고 사랑해주는 남편이 있고… 오로지 네 식구만 있는 것 같은 그런 순간이 참 소중하겠구나 생각했어요.”
첫 작품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를 찍은 이래로 23년, 영화를 한 편씩 찍을 때마다 엄정화는 그 순간의 감정들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그래서 엄정화는 시간이 괜히 흐른 것 같지는 않다고 말한다. “작품을 하면서 그 여자가 되려고 했고 그 여자로 살아온 시간들이 끝나고 나서 절대로 없어지지 않아요. 그 모든 시간과 감정들이 저에게 쌓여있는 것 같아요. 어떤 때는 아픈 기억으로 어떤 때는 추억으로 남기도 해요. 제가 작품을 하며 시간을 보내느라 다른 사람들 인생보다 더 짧다고 할 수 있겠지만 작품을 한 덕분에 다양한 것들이 남아있는 것 같아요.” 덕분에 항상 엄정화는 새로운 도전을 원한다고. 그것이 캐릭터든, 장르든 도전에 대한 준비가 늘 돼 있다는 엄정화는 ‘엄정화니까 이 영화 본다’는 수식어에 대한 부담감도 크게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건 부담감이자 힘이 되는 거예요. 제가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게 얼마나 커요.” bluebell@kukimedia.co.kr / 사진=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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