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현섭 기자] 일명 ‘이태원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아더 패터슨(36·사건 당시 18세)이 미국으로 도주한지 16년 만에 송환되면서 이 사건은 다시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됐다.
1997년 4월 3일, 고(故) 조중필(당시 22세·홍익대 전파공학과 학생)씨가 살해된 현장엔 동갑내기 친구 사이인 재미교포 에드워드 리와 히스패닉계 미국인 아버지(당시 주한 미군)·한국인 어머니를 둔 패터슨이 있었고, 1998년 4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인정되기 전까지 에드워드 리에게 살인 혐의가 인정됐다.
그렇다면 패터슨은 당시 어떤 이유로 살인 혐의를 벗어났을까.
부검의사의 소견이 결정적이었다.
희생된 조씨의 목 부위 자상(刺傷)이 위에서 아래로 찌른 것으로 분석됐고, 조씨의 신장이 176cm, 패터슨은 172cm였다. 반면, 에드워드 리는 키가 180cm였고 몸무게는 105kg이기 때문에 키가 큰 사람이 범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서로가 범인이라고 주장하는 두 사람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던 당시 담당검사가 단독 범행으로 리를 기소한 데에는 이 소견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피해자의 위치와 움직임을 고려했을 때 소변을 보는 자세에 따라 가변적 상황이 나올 수 있거나, 키가 더 작은 사람이라도 기습적으로 어깨나 뒷목 부위를 잡고 상반신을 끌어내리면서 찔렀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하지 못한 점, 하나의 ‘의견’을 유력한 증거로 삼아 기소한 점이 아쉽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에드워드 리는 당시 검찰 조사에서 사건 직전 상황에 관해 이렇게 회상했다.
“패터슨과 옛날에 추방된 형들이 아리랑치기를 하던 이야기를 하던 중 장난으로 ‘여기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웃기겠지’라고 하니까 (패터슨이) 눈을 똑바로 뜨고 접어진 칼을 오른손에 쥐고 ‘가자’고 해서 장난인 줄 알고 ‘한 번 해봐라’라고 말했다.”
이어 “화장실에 따라 들어갔는데, 패터슨은 진담으로 알아듣고 사람을 찔러 죽이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했다. 리는 이런 진술을 검찰 조사와 1심 법정에서까지 일관되게 유지했다.
또 패터슨의 여자친구는 경찰 조사에서 “(에드워드 리가) 싸움을 하는 말과 사람을 죽이는 말, 그리고 정확하지는 않지만 마약에 대해서 말하는 것 같았다. 리가 ‘나가서 아무나 칼로 찔러봐라, 빨리 나가서 누군가 쑤셔버려라’는 말을 했는데 패터슨에게 직접적으로 말한 것이 아니나, 그런 말은 리와 패터슨이 많이 했다”고 진술했다.
사건을 조사했던 미군 범죄수사대 수사관은 ’목격자인 다른 친구들 2명을 조사하니 리가 패터슨에게 한번 찔러보라고 이야기했다고 말하더라”라고 증언했다.
에드워드 리와 사건 직전 같이 있던 주변인의 진술이 어느 정도 일치하는 셈이다.
수사기록에는 리가 사건 직후 같은 건물 4층에 기다리던 친구들에게 웃으며 “우리가 어떤 친구의 목을 칼로 찔렀다. 재미로 그랬다”고 했다가 친구들이 1층으로 가 현장을 보고 “네가 죽였지?”라고 다그치자 “난 아니야”라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패터슨은 사건 직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범행에 쓰인 칼을 하수구에 버리고 인근 호텔에서 여자친구와 다른 친구들을 만났는데, 한 친구가 ‘누가 그런 짓을 했느냐, 어떻게 된거냐’고 묻자 “내가 한국남자의 몸을 칼로 찔렀다. 한국인이 쳐다보고 손을 휘둘러 그를 찔렀다. 그 다음은 다 아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수사가 시작되자 말을 바꾸긴 했지만, 18년 전에도 패터슨이 범행 시인을 했다는 진술이 나왔던 것이다.
사건 발생 1년 뒤 대법원은 “리가 범행 직후부터 자신의 실행을 적극 부인하면서도 범행 자체를 숨기려는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은 반면, 패터슨은 모두들 그의 범행이라고 믿고 있는데도 자신의 범행이 아니라고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은 채 범행에 사용된 칼이나 피묻은 옷 등의 증거를 인멸하거나 은닉하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행적이 크게 대조돼 리의 단독범행이라는 패터슨 진술의 신빙성이 크게 의심된다”고 결론지으며 리는 무죄라고 인정했다.
쉽게 표현해 ‘(검찰이 단독 범인으로 기소한) 리의 범행이라는 패터슨의 진술을 못 믿겠다’는 이유였다. 그 후 패터슨은 우리나라 검찰이 출국금지 연장 신청을 하지 않은 틈을 타 미국으로 도망가버렸다.
그렇게 해서 이 사건은 무려 18년 간 ‘살해당한 사람만 있고, 살해한 사람은 없는’ 사건으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afero@kukimedia.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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